입력2006.04.04 04:08
수정2006.04.04 04:13
공정위가 적대적 인수합병에 대항할 수 있도록 지난해 1월부터 예외적으로 허용해 왔던 대기업집단 소속 금융·보험사의 의결권을 다시 제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지나친 단견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뚜렷한 이유도 없이 불과 1년반만에 이를 폐지하자는 것도 그렇고 출자총액 제한 등 전반적인 기업정책의 연장선상에서 다뤄야 할 문제를 이에 대한 고려없이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공정위에서는 당초 목적과는 달리 실제 인수합병과 관련한 의결권 행사는 전체의 30% 수준에 불과했다는 점을 예외폐지의 주된 논거로 들고 있다. 하지만 이는 설득력이 약하다.
인수합병 자체가 일상적인 일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할 때 30%라는 비율은 오히려 이 예외조항이 경영권 보호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이 예외조항이 있음으로써 섣부른 적대적 인수합병 시도를 할 수 없게 만드는 예방적 효과까지 감안한다면 실효성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할 수 있다.
설령 공정위 논리대로 고객 돈으로 취득한 주식을 경영권 확보에 사용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이것만 놓고 제도의 존폐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출자총액 제한제도로 비금융계열사의 출자를 제한하고 있는 상황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다.
출자총액 제한제도를 유지하면서 금융계열사 지분의 30%만 의결권을 허용해 왔던 것마저 폐지한다면 우리 기업들을 경영권 방어에 무방비로 노출시키게 된다.
SK글로벌 사태나 현대그룹 등의 예에서 보듯이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경영권 방어에 있어 결코 무풍지대에 남아 있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경영권 방어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에 대한 예외폐지를 들고 나오는 이유가 무엇인가.
주요 대기업을 외국기업에 넘기자는 것인지, 경영권 방어에 돈을 더 쓰게 만들어 가뜩이나 위축돼 있는 투자를 더욱 더 위축시키자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