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도상국 우대를 명시한 제5차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 선언문 초안이 24일(현지시간) 발표됐다. 초안에 '개도국 우대' 원칙을 넣은데 데 대해 많은 개도국들이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한국이 개도국 지위를 유지할지가 불투명해 낙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 개도국에 우대 혜택 부여 이번 초안은 한국 등 농산물 수입국의 최대 관심분야인 농업 협상의 관세 및 보조금 문제는 물론 서비스와 비농산물(공산품) 부문에서도 '개도국 우대'를 원칙적으로 명시했다. 농업협상 부문에선 구체적인 관세 상한선과 보조금 감축폭을 제시한 건 아니지만 선진국과 개도국의 차이를 분명히 인정해 지난 13일 발표된 미ㆍEU(유럽연합) 절충안에 비해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초안은 특히 개도국들의 주장을 반영해 민감품목 그룹 가운데 특별품목(SP)의 저율 관세할당 물량(TRQ)을 증량해야 하는 의무를 면제키로 했다. 한국이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고 쌀이 특별품목으로 분류되면 내년으로 예정돼 있는 WTO와의 쌀개방 재협상에서 상당부분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개도국 유지 불투명 정부는 개도국에 대한 우대가 확실시되는 만큼 개도국 지위 유지를 최우선적인 협상전략으로 세워놓고 있다. 개도국 혜택을 받으려면 개도국임을 스스로 선언(self-declaration)한 뒤 개도국 기준에 맞춘 이행계획서를 작성, 협상 상대국들과 다자간·양자간 양허협상을 벌여야 한다. 원칙적으로는 협상 상대국중 한 곳이라도 반대하면 개도국 지위를 얻을 수 없다. 이에 따라 한국이 지난번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에서처럼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선진국들의 모임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 높은 소득 수준, 첨단제품 수출 등에 비추어 '개도국'을 주장하기에는 설득력이 약하지 않느냐는 것. 정부는 그러나 공업 등 분야에서는 빠르게 발전해 왔지만 상대적으로 농업 부문이 낙후돼 있다는 점을 부각시킨다는 방침이다. 농림부 관계자는 "농산물 거래가 많은 주요 협상대상국을 설득할 경우 개도국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며 "한국의 경우 미국 호주 캐나다 등 농산물 수출국들의 입장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