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CEO "한국근무는 죽을 맛"..'악덕기업주'로 매도하는 노조등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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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의 노사문화가 계속된다면 정부의 외자유치 노력은 공염불이 될 수 밖에요.
한국에서 일한 기간을 '최악'으로 평가하는 외국인 CEO(최고경영자)가 적지 않습니다."
25일 서울사무소에 대해 직장폐쇄를 단행한 한국네슬레 이삼휘 사장은 노동조합이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를 거듭해 더 이상 정상적인 회사운영이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7일부터 50일 넘게 파업을 벌여온 이 회사 노조는 임금 11.7% 인상과 조합원의 이동·전환 배치 등에 있어 노조와 합의할 것 등 경영 참여를 요구해 왔다.
회사 측은 노조의 요구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으며 노조 파업이 더 길어질 경우 청주공장과 전국 영업점의 폐쇄까지도 고려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경영 능력을 인정받는 외국인 사장이 한국에만 오면 노조를 탄압하는 악덕기업인으로 비춰지니 어디 회사를 운영할 마음이 나겠습니까."
노조의 지나친 요구에 시달리다 최근 직장폐쇄 조치를 취한 한 외국기업의 관계자는 "본사가 한국법인 노조의 무분별한 요구를 어떻게 이해하겠느냐"며 넌더리를 쳤다.
주한 외국기업들이 노사분규에 몸살을 앓고 있다.
노동부에 따르면 올들어 외국기업에서 발생한 노사분규는 모두 26건.이미 지난 한햇동안 발생했던 분규건수를 넘어섰다.
외국기업의 노사 분규는 지난 2000년 31건에서 2001년 20건으로 감소했으나 작년부터 다시 급증하는 추세다.
노동부 관계자는 "이같은 추세라면 외국 기업의 올 노사분규 건수는 사상 최악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조의 파업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파업은 물론이고 회사의 업무를 방해하는 일까지 벌어지자 직장폐쇄 조치를 취하는 외국계 기업들도 속속 늘고 있다.
더욱이 노조가 임금인상 뿐만 아니라 경영 참여까지 요구하자 한국내 사업을 포기하고 싶다는 외국기업 CEO들도 늘고 있다.
올들어 직장폐쇄를 단행한 외국계 기업은 한국네슬레 KGI증권 한국테트라팩 오웬스코닝 레고코리아 KOC 한국까르푸 등 모두 7개사.이 가운데 3개 회사는 아직도 직장폐쇄 상태다.
지난달 28일 직장폐쇄를 단행한 대만계 KGI증권의 김지규 경영지원실장은 "본사에서 공권력이 자의적인 판단에 의해 행사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얘기한다"며 "노조가 대주주와의 직접 교섭 등 무리한 요구를 해 결국 직장 폐쇄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임금 인상과 지점·영업소 통폐합 문제 등을 놓고 노사 마찰을 빚어 왔다.
최근 직장폐쇄 조치를 해제한 한 외국계 기업 관계자는 "외국기업은 전세계 시장을 투자처로 상정해놓고 있는 만큼 한국내 투자가 여의치 않다고 판단되면 언제든 보다 좋은 조건의 시장으로 옮겨갈 수 있다"며 "고질적인 노조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 한 외국기업의 엑소더스의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경고했다.
김미리 기자 mi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