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실리콘 밸리에서는 최근 정보산업 분야에서 고용과 임금이 크게 줄어들었다. 정보산업 전문직의 경우 보통 시간당 2백달러를 받았었는데 같은 수준의 기술자가 인도에서는 20달러 정도밖에 받지 않으니 기업들이 인도에서 기술자를 채용하는 것이다. 휴렛팩커드의 경우 3천명 이상의 기술자를 인도에서 고용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니 실리콘 밸리에 있는 미국 기술자들의 임금도 떨어져 지금은 시간당 70달러 정도밖에 안 된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되면 실리콘 밸리는 결국 망하게 되는 것인가. 사실은 그 반대다. 실리콘 밸리 전문가들에 의하면 미래의 주력산업은 정보기술,나노기술,그리고 생명과학을 합친 새로운 통합적 산업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실리콘 밸리 기업들은 기존의 기술은 가능한한 값이 싸고 효율적인 해외로 이전하고 자신들은 부가가치가 더욱 높은 새로운 분야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성공의 비결은 비교우위를 끊임없이 업그레이드시키는 것이다. 물론 지속적인 성공을 거둔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경제대국들도 대부분 '잃어버린 10년'을 겪었다. 미국은 80년대의 어려움을 끊임없는 변신으로 극복하고 90년대에 회복하였다. 그러나 일본과 독일은 '잃어버린 10년'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어떻게 보면 선진국 중에서 가장 보수적인 국가들이다. 그러나 변화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어느 정도 성공한 후에는 더욱 어렵다. 처음에는 부를 창조하는 것이 목표이지만 그 다음에는 그 부를 지키는 것이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기존산업을 보호하려고만 하고,내부지향적이 되므로 국제적으로도 고립되기가 쉽다. 일본과 독일의 비효율적인 경제정책,그리고 국제적으로 환영받지 못하는 외교정책 등은 이렇게 설명될 수 있다. 일본과 독일은 그렇다 치고 아직 선진국의 반열에 오르지 못한 우리나라가 이들 나라의 잘못된 관행을 따라가는 것은 어떻게 된 것인가. 독일에서는 공장에 새로운 기계를 설치하려면 노동자들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우리도 비슷한 상황이다. 일본이나 독일에서는 정치인들이 노동조합과 대결하는 것을 무서워한다. 우리도 그렇다. 근본적인 해결방법은 무엇인가. 바로 세계화다. 노사문제는 대결양상으로 가면 좋은 결론에 도달하기 어렵다. 적당히 타협하면 노사문제는 연례행사가 되고,확실하게 해결하려고 하면 폭력성 대결이 되기 쉽다. 그러나 세계화를 통해서라면 노사간 극한대립을 피하면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세계화는 한국 기업이 외국으로 나가는 것과 외국 기업이 한국으로 들어오는 것이 있다. 양 방향 모두 확실하게 개방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국 기업은 한국 노동자와 외국 노동자 중에서 생산성이 높은 쪽을 선택할 수 있고,한국 노동자는 한국 기업과 외국 기업 중 임금을 많이 주거나 기타 조건이 좋은 쪽을 선택할 수 있다. 기업이나 노동자 모두 더 나은 조건을 선택할 수 있어 모두에게 윈-윈 게임이 되는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세계화라는 옵션이 있을 때 노사 양측이 서로 무리한 요구를 줄일 수 있다. 세계화의 핵심은 선택의 범위를 넓히는 것이다. 세계화를 외면한 채 자국의 노동자와 사양산업을 무조건 보호하려고 하면 일본이나 독일과 같은 경제대국도 결국 흔들리게 되는 것이다. 필자가 잘 아는 오 회장이라는 분은 중국에서 2천여명의 직원을 고용해서 제조업을 하고 있다. 중국에서 사업이 번창하고 세금을 잘 냈다고 해서 얼마 전 해당 지방정부로부터 '훌륭한 기업인의 성실 납세상'을 받았다. 오 회장은 상을 받아서 기분이 좋지만 한편으로는 매우 아쉽다며 그 돈을 한국정부에 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필자에게 말했다. 그러나 아쉬워할 일이 아니다. 오 회장은 중국에서 세금 내는 것 이상의 생산성을 높이고 있기 때문에 결국 한국에도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다. 철저한 세계화가 경쟁력의 비결이다. 세계화는 남의 장점을 나의 장점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cmoon@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