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방송 사업자인 스카이라이프가 외자유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세계적인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이 지분참여 의사를 밝혀옴에 따라 이의 수용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머독의 지분 참여가 국내 방송시장의 다국적 자본 예속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과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유료방송시장 활성화의 계기로 분석하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머독의 국내 방송시장 진출 시도=머독이 이끄는 뉴스코퍼레이션그룹의 스타TV는 지난달 초 스카이라이프에 투자의향서를 보내왔다. 지분참여 방식으로 스카이라이프에 투자하겠다는 내용으로 현재 스카이라이프의 투자자문사인 SG(소시에테제네랄)사가 세부 내용을 검토 중이다. 스카이라이프가 정확한 수치를 밝히고 있지 않지만 스타TV의 이번 투자규모는 최대 1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머독의 국내 방송시장 진출 시도는 이번이 두번째로 지난 98년 위성방송사업자 선정 당시 KT 주도의 스카이라이프와 경쟁을 벌이던 데이콤 컨소시엄에 1백50억원 규모(지분 15%)의 투자를 약속했었다. 그러나 데이콤 컨소시엄이 사업권 유치에 실패함으로써 진출 시도는 좌절됐다. ◆각계 반응=방송 관련 시민단체 및 언론노조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머독의 국내 방송시장 진출을 막겠다는 입장이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등 시민단체와 언론노조는 지난 98년에도 머독의 위성방송사업 진출을 저지하는 '스톱 머독' 운동을 주도했었다. 전국언론노조의 신학림 위원장은 "국내 신문방송 시장에 머독이 진출하면 다국적 자본에 의해서 한국 언론계가 잠식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내 유료방송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 머독의 진출이 부정적이지만은 않다는 견해도 있다. 정용준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루퍼트 머독의 위성방송 네트워크가 들어오면 스카이라이프 입장에서도 해외 네트워크를 이용할 수 있고 선진적인 영업 마케팅 노하우를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방송시장은 외국 자본에 대한 규제와 보호장치가 잘 마련돼 있어 당분간 머독의 자본이 시장을 잠식할 우려는 없다"고 강조했다. ◆전망=스카이라이프는 막대한 초기 투자비용에 따른 적자폭을 줄이기 위해 지난해 7월부터 외자유치를 추진해왔다. 현재까지 머독의 스타TV와 미국계 금융그룹인 AIG가 투자제안서를 제출해놓은 상태다. 그러나 AIG의 경우 스카이라이프의 대주주인 KT와 KBS의 증자를 조건으로 내걸고 있어 투자가 불투명하다. 이에 비해 세계 위성방송의 네트워크화와 미디어시장 장악을 추진하고 있는 머독은 단순 투자목적의 AIG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지분 참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민단체 언론노조의 반발과 함께 KT KBS MBC 등 대주주들 및 방송위원회의 승인이 필요해 머독의 한국 방송시장 진출은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