造船 "넘치는 돈 어떻게 굴리나"..현대重 3조5천억.삼성重 2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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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이 선박을 수주하면서 선주사로부터 받은 선수금(先收金) 누적액이 3조5천9백억원(6월말 기준)을 넘어섰다.
작년 말 1조9천6백억원보다 무려 1조6천3백억원이 늘어난 것.삼성중공업도 1조9천억원으로 지난해 말 7천9백억원보다 1백40% 늘었다.
조선소들이 넘치는 현금으로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다.
대부분의 조선업체들은 상반기에 이미 올해 수주목표를 초과 달성,계약과 함께 선박 건조대금의 20%에 달하는 선수금을 받아 '금고'가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상반기 1조1천60억원의 차입금을 상환하고도 보유현금은 지난해 말 1백78억원에서 3천6백23억원으로 급증했다.
외화보유 총액도 2억6천만달러에 달할 정도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수주물량이 잔뜩 밀려 있어 최근 수주한 선박은 2년후에나 건조에 들어간다"며 "그 기간 만큼 자금 운용에 여유가 생긴 셈"이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넉넉해진 현금 덕분에 올 상반기 순차입금(부채-보유현금)이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올 상반기 3천억원의 부채를 상환,차입금이 9천억원으로 줄었지만 보유현금은 9천5백억원이 넘는다는 의미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대출금을 상환하려 해도 은행들이 꺼리고 있어 자금 운용에 애를 먹고 있다"며 "정기예금이나 시장금리와 연동하는 수시입출금식 예금(MMD)에 투자,수익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진중공업의 경우 선박 외에 건설사업부문의 공사 및 주택분양 선수금까지 늘면서 지난달 말 현재 보유현금만 7천억원에 이른다.
회사 관계자는 "원화 환율이 장기적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어 현재 외화로 보유 중인 2억달러를 어떻게 굴릴지 고심"이라며 "효율적인 자금 운용이 최대 경영현안"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경영기획실 등을 통해 장기 성장전략을 입안하는 등 자원배분 방안을 놓고 고심 중이다.
상반기에만 선수금이 2천억원가량 늘어난 대우조선해양은 선수금 증가가 부채상환→금융비용 감소→원가경쟁력 강화→영업력 증대의 선순환 구조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도 상반기 39척과 51척의 선박을 수주,올해 목표를 초과달성하면서 각각 4억달러와 3억달러의 선수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선주사들은 선박가격이 꾸준히 오름세를 타고 있다는 점을 감안,선수금 비중을 높여서라도 발주를 서두르고 있어 조선업체의 '즐거운' 고민이 가중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LNG선의 경우 선수금 비중이 최고 70%에 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특히 유럽선주사는 유로화 약세 때문에 선수금 비중을 높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업체들이 달러로 받은 선수금이 일시에 원화로 전환될 경우 외환시장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돈 풍년을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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