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화물연대 파업과 관련, 참여정부의 정치적인 우호세력의 하나인 민주노총을 강도높게 비난하고 나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노 대통령의 민노총 지도부를 정면으로 비판한 것을 놓고 그동안 '친노성향'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노동정책을 선회하는 신호탄인지 노동계와 재계 등은 물론 노동부 등 관계부처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노 대통령 26일 '화물연대 동향 및 대책'을 주제로 한 국무회의 석상에서 "민노총이 화물연대 파업에 밀접히 개입됐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노총의 활동은 정당성이 없어 보인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 25일 한국경제신문을 비롯한 경제신문들과의 공동회견에서도 "노동운동 지도부가 일반 노동자들에게 끊임없이 타협없는 투쟁을 강조해 왔다"고 지적하는 등 최근들어 연일 노동계의 강성투쟁을 비판하고 있다. 취임 6개월을 맞아 경제상황이 외환위기이후 최악인데다 참여정부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가 곤두박질 치는 상황 등을 의식한 대통령이 노동계와의 완전 결별까지는 아니지만 '노선 수정'을 결심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과거에도 강성노조에 대한 경고성 발언이 있었기 때문에 이날 발언은 단순히 화물연대의 장기파업을 타개하기 위한 국면전환용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 달라진 분위기 민주노총 산하 전국운송하역노조 화물연대의 총파업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어 산업활동이 마비직전에 이른 상황에서 정부가 노동계와의 '선긋기'를 하지 않으면 '경제살리기는 완전히 물건너 간다'는 재계와 국민여론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따라 정부는 화물연대 파업에 대응해 노정협상 거부→미복귀 화물차에 대한 유가보조 중단→파업지도부 체포영장 등 일련의 강경조치를 밀어붙여온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이 이날 국무회의에서 "최근 철도노조, 부안군 시위, 화물연대 등으로 경찰이 벅찬 업무를 수행하느라 노고가 많다"고 이례적으로 시위 진압에 나선 경찰을 격려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최근 대통령의 잇따른 노사관계 발언을 종합해 보면 정권출범 이후 '대화와 타협'을 강조해온 기조에서 '법과 원칙'으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특히 최근 들어 한국의 경제침체가 정부의 노조편향적인 노사정책에 기인한 측면이 있다는 외신의 잇단 보도도 대통령의 노사관에 영향을 미쳐온 것으로 알려졌다. ◆ 예의주시하는 경제계 재계는 노 대통령의 노사관이 근본적으로 변한 것인지 좀더 두고보자는 입장이다. 정부가 불법파업 사태와 관련, 수차례 "'법'에 의거해 강력히 대처하겠다"는 '원칙론'을 강조했지만 결국 조흥은행 파업사태 등 각종 파업에서 보듯 결과는 노조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노조편향적인' 노동정책을 입안했던 참모진들의 거취를 봐야 정확한 평가를 내릴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재계의 한 관계자는 "노 대통령의 발언은 정부가 뒤늦게 노사현실을 본 것으로 현 정부의 노사정책에 대한 재계의 우려를 어느 정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된다"면서도 "향후 노사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봐야 정부의 변화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며 직접적인 평가를 유보했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