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도 이런 초밥은 없습니다." 27일 현대종합상사 국내사업본부장 김재형 상무가 책상 위에 수북이 쌓여 있는 팸플릿 중 하나를 집어들어 펼쳐 보였다. 형형색색의 맛깔스런 초밥들이 가짓수만도 수백개는 넘을 듯 싶다. "열대 과일들이 곁들여진 초밥들을 보세요. 일본식 초밥이라기보다는 그 나라 고유브랜드 같지 않습니까." 김 상무가 초밥사진을 놓고 이처럼 장황하게 설명을 늘어 놓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현대종합상사는 오는 10월25일 일본식 회전초밥집 1호점을 오픈한다. 가게이름은 '미요헌'(味樂軒). 서울 강남의 '로데오거리'에 1백4평 규모로 들어설 예정이며, 현재 내부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이다. 지난해 10월 박원진 사장의 특명을 받고 홍콩에서 급거 귀국한 김 상무가 지휘봉을 잡았다. "수출대행이 한계에 부닥친 만큼 유통쪽으로 방향을 틀어보라는 지시를 받고 홍콩에서 눈여겨 보아온 회전초밥집을 열기로 했죠." 대학로에서 카페를 운영해 본 경험도 있고 해서 자신감은 있었다. 하지만 "수출하는 대기업이 무슨 초밥집이냐"는 곱지 않은 시선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그래서 고안해 낸 아이디어가 '선(先)국산화, 후(後)수출' 전략. "일본의 '겡키(元氣)스시'가 홍콩에만 50개 이상 진출해 있습니다. 우리도 종합상사 답게 회전초밥을 단순히 수입하는데 그치지 않고 고유브랜드를 개발해 다시 해외로 가져갈 생각입니다." 김 상무가 초밥사진을 놓고 하루종일 씨름하는 이유다. "예컨대 일식 초밥집에는 없는 백김치김초밥 오이김초밥 불고기초밥 등 다양한 독자메뉴를 내놓을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그는 얼마 전 요리사 2명을 뽑았고 5명을 추가 선발해 내달 1일부터 회사 지하 구내식당에서 시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