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만화 수출이 크게 늘고 있다. 문화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원장 서병문)은 지난달 17∼20일 미국 샌디에고에서 열린 만화콘텐츠 전시회 '코미콘 2003'에서 한국 만화 50여 작품이 총 1백만달러에 팔려 나갔다고 27일 밝혔다. 메이저 만화출판사인 대원CI와 학산문화사,서울문화사 등이 미국 업체들에 작품당 평균 2만 달러 수준의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진흥원은 오는 10월 열릴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는 1백50만달러 이상의 수출계약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12일∼17일 개최된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SICAF)에서 대원CI가 올린 45만달러의 수출계약 실적과 각 출판사의 개별 수출계약을 합치면 올해 한국 만화의 총 수출액은 3백만달러를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해 1백여만달러에 그쳤던 수출액에 비해 2백% 이상 늘어난 수치다. ◆대표적 작품=형민우의 '프리스트',김강원의 'INVU',이명진의 '라그나로크' 등이 수출 주역.이들 작품은 지난해 미국에서 출간돼 꾸준히 인기를 얻어왔다. 특히 '프리스트'는 도코팝과의 저작권 계약으로 미국 메이저 영화제작사에 의해 영화로도 만들어질 예정이다. 이밖에 '용비불패''천추''유레카''열혈강호''천랑열전'등이 미주 지역에서 각광받고 있다. ◆한국 만화 수출의 원년=정부와 업계의 적극적인 노력에 힘입어 올해는 한국 만화 수출의 원년으로 평가되고 있다. 문화콘텐츠진흥원과 출판사들이 그동안 대만 태국 등 동남아시아에 머물렀던 만화 수출시장을 북미·유럽으로 넓히겠다며 발벗고 나섰기 때문이다. 동남아시아 지역은 한국 만화의 인기에 비해 수출 단가가 매우 낮지만 유럽·북미 시장은 최소 개런티가 권당 평균 2천달러에 달하고 추가 인세까지 받을 수 있어 더욱 주목된다. 한국 만화는 지난 1월 프랑스에서 열린 앙굴렘 국제만화 페스티벌에 주빈국으로 초대받으면서부터 유럽·북미 시장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미국 최대의 만화콘텐츠 전시회인 샌디에고 코미콘에 첫 한국관을 설치했으며 올해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도 한국 만화 공동관을 마련한다. ◆전망=현재 북미·유럽시장에서는 일본 만화가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 만화의 시장점유율은 아직까지 미미한 실정.그러나 업계는 3년 안에 일본만화 대비 한국만화의 비율을 6.5 대 3.5 정도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문화컨텐츠진흥원 만화팀의 박성식 과장은 "향후 5년간 매년 20-30%의 신장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문제점=현재 해외에서 각광받고 있는 만화는 대부분 90년대부터 인기를 얻었던 중견작가들의 작품이라는 점이 문제다. 현재 국내 만화 시장은 크게 위축돼있어 5년 후에는 내다팔 작품이 없을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또 만화 수출계약 관행이나 시장 정보 등에 정통한 전문인력 양성도 시급한 과제로 꼽히고 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