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의 양대 채권자인 대한전선과 골드만삭스가 본격적인 파워게임에 들어갔다. 두 회사는 27일 서울지방법원에서 열린 제1차 채권자집회에 처음으로 참가,진로 향방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두 회사는 이날 적지 않은 신경전을 펼쳤다. 두 회사 대리인은 국내외 중소 채권자들의 발언과 재판부의 설명을 메모한 뒤 법정을 빠져나갔다. 골드만삭스는 보유채권 규모를 밝히지 않았다. 이날 집회는 양대 채권자가 참석한다는 소식에 국내외 중소 채권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두 회사의 입장에 따라 진로의 향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1차 집회를 시작으로 3차 집회까지 대한전선과 골드만삭스는 서로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적지않은 힘겨루기를 할 전망이다. 대한전선은 결정적인 순간에는 최대 담보권자로서의 권한을 행사한다는 방침이다. 김성구 재무담당 상무는 "지금 단계에선 뭐라고 말할 수 없다"고 밝혔으나 힘을 써야 할 시점이 오면 권한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은 숨기지 않았다. 대한전선은 전체 담보채권 3천5백억원 중 2천5백95억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진로는 회생 프로그램을 통과시키기 위해 담보채권자 4분의3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대한전선은 4분의1 이상을 보유함으로써 진로를 쥐락펴락할 수 있는 입장이다. 골드만삭스도 채권상환을 유리한 조건으로 마무리짓기 위해 최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골드만삭스는 무담보채권 2천억원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숨겨놓은 채권이 더 많을 수 있다. 골드만삭스는 특히 JP모건 도이체방크인터내셔널 파이낸스 등 외국투자지분도 우호지분으로 확보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이들 지분까지 합치면 5천8백억원의 무담보채권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무담보채권 1조4천억원의 41%가 넘는 지분이다. 무담보채권자의 3분의2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진로로선 골드만삭스의 얘기를 무시할 수 없는 처지다. 결국 대한전선과 골드만삭스의 파워게임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진로향방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