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듯한 건물이 아니면 어떻습니까. 하루라도 빨리 개성공단에 입주해 제품을 생산하고 싶습니다." 개성공단을 방문한 일부 기업인들의 입에서 나온 소리다. 개성공단 예정지에는 허름한 건물들이 군데군데 들어서 있다. 이들 건물은 공단이 본격적으로 조성되면 곧바로 헐어야 한다. 하지만 몇몇 중소기업인들은 이런 낡은 건물에서라도 사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왜 그럴까. 일부 중소기업인들은 개성공단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여러 가지 정치적인 위험성과 생각보다 높은 분양가,그리고 아직 삽질도 시작하지 않아 들판에 불과한 개성공단에 중소기업 경영자들이 왜 꿈을 갖고 있는 걸까. 중소기업들은 요즘 중국으로 대거 몰려 나가고 있다. 사업 타당성을 면밀히 검토한 뒤 승산이 있다고 판단해 투자하는 기업도 있지만 국내의 고임금과 인력난을 견딜 수 없어 밀려 나가는 업체도 상당수에 이른다. 그 결과 실패하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개성공단 예정지를 방문한 한 중소기업 대표는 "더 이상 머뭇거렸다가는 개성공단이 조성되기도 전에 국내 중소기업들은 높은 인건비와 인력난 때문에 다 문을 닫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 기업인의 말은 개성공단에 왜 기대를 거는지를 한 마디로 설명해주고 있다. 공단 조성을 주도하고 있는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이 "공단을 최대한 빨리 조성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중소기업인들의 절박한 심정을 감안한 것이다. 그는 "우선 급한 대로 올해 안에 빈 건물을 이용해서라도 기업을 입주시키겠다"고 말했다. 체제가 다른 북한에 투자하는 것은 해외 투자보다 위험이 더 클 수 있다. 그런데도 중소기업인들이 개성공단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지금 중소기업이 처한 현실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이계주 산업부 벤처중기팀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