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대량맞춤 생산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사람은 누구나 남다른 존재로 인정받고 존중받기를 원한다.
옷 자동차 집,심지어 일상용품이라도 흔한 물건 대신 다소 독특한 걸 원하고,손수건 한 장 다이어리 한 권에도 이름 약자를 새겨주면 기쁜 마음으로 받게 되는 것 또한 그같은 소망의 일환일 것이다.
21세기 들어 급변한 소비자 패러다임에서 두드러진 것 중 하나가 취향과 습성에 따라 차별화된 제품을 원하는 것이라고 한다.
주장과 개성이 강한 20∼30대가 소비문화를 주도하면서 조금이라도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물건을 원한다는 얘기다.
보다 많은 선택권을 요구할 뿐만 아니라 주문 생산을 선호하고 그게 충족되면 값이 비싸도 구입한다는 것이다.
결국 오늘의 소비시장은 대중 중심에서 개인 위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으며 따라서 맞춤상품으로 세분화되는 수요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소비자의 기호가 다양화되면서 대량맞춤 시대가 도래한 만큼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기업의 미래를 좌우하리라는 삼성경제연구소의 보고서('대량 맞춤의 대두와 기업의 대응')가 그것이다.
대량맞춤 생산은 이미 우리 생활 가까이에 다가와 있다.
델컴퓨터는 대리점 없이 웹사이트에 다양한 사양을 띄워놓고 소비자의 선택대로 조립,판매하는 맞춤컴퓨터로 PC업계를 석권했고,제약회사 애쿠민은 인터넷에서 건강상태를 체크한 뒤 맞는 영양제를 판다.
또 일본의 파리스 미키는 얼굴형과 취향을 통합,시뮬레이션을 통해 가장 어울리는 안경을 만들어준다.
국내의 경우 고객에 따라 내용을 달리해주는 맞춤잡지가 등장했고,인테리어업체에선 평형별·길이별 사양에 따라 각기 다른 설계도와 견적서를 작성해준다.
요즘 유행하는 '빌트인가전'도 맞춤제품의 일종이다.
소품종 대량생산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으로의 전환은 움직일 수 없는 추세다.
새롭고 별난 것을 찾는 소비자의 욕망은 끝이 없고 기술력은 빠르게 보편화된다.
"품질은 더이상 경쟁우위 요소가 아니다.
그건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문제는 고객에 따라 죄다 다른 취향과 가치를 어떻게 맞추느냐다"라는 얘기가 실감나는 시대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