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춘투와 하투에 이어 '추투(노동계 가을투쟁)'까지 걱정하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상당수 기업들은 유례없는 '추석투쟁'까지 우려할 정도로 노사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다. 지난 21일 시작된 화물연대 파업을 둘러싸고 정부와 노동계가 물리적 충돌상황으로 치닫고 있고 29일로 예정된 주5일 근무제 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한노총과 민노총이 또다시 총파업을 강행할 계획이다. 예년의 경우 이맘때면 거의 끝났을 기업별 임ㆍ단협 협상도 올해는 난항을 거듭하는 곳이 많고 한진중공업 위니아만도 등 40여개 노조는 아직도 파업을 벌이고 있다. 이 때문에 경기침체에 노사분규까지 겹친 이들 기업은 추석대목을 노리기는커녕 노사간 줄다리기를 해야 할 판국이다. ◆ 주5일제 법안 저지 총파업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와 국민은행 앞에서 조합원 2천5백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주5일 근무제 정부안 국회통과를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양노총은 "국회 본회의에서 논의될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영세업체의 주5일 근무제 시행시기를 너무 늦췄고 휴일축소, 임금삭감 등 노동조건을 크게 후퇴시킨 개악안"이라고 비난했다. 양노총은 또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정부의 강경대응과 민주노총 압수수색영장 발부를 노동계에 대한 탄압이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이날 밤샘 노숙투쟁에 돌입한 노동계는 29일 주5일 근무제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경우 산하 노조 조합원들을 최대한 동원, 파업강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지난 19일 국회 환노위 통과를 저지하기 위한 시한부 총파업 때 신규파업에 참여한 조합원이 수백명에 불과, 약한 모습을 보였던 노동계는 이번 파업에서는 무언가 보여주겠다고 벼르고 있다. ◆ 장기화되는 파업 =올해 산업현장에서 벌어진 노사분규건수는 민주화선언 이후 노동계 욕구가 한꺼번에 분출됐던 지난 87∼89년을 제외하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특히 올해는 노사간 대립이 장기화되면서 한진중공업 흥국생명 한국네슬레 등 40여곳이 추투에 시달리고 있다. 올들어 발생한 노사분규건수는 8월28일 현재 2백76건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2백49건보다 27건이나 늘어났다. 지난해 전체 분규건수가 지난 89년 1천6백16건 이후 최고를 기록했던 90년(3백22건)과 같은 점을 감안하면 올해 분규건수는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처럼 파업이 늘고 장기화되면서 임금교섭진도율도 늦어지고 있다. 지난 7월말 현재 1백인이상 사업장의 임금협상타결률은 43.3%(2천4백91곳)로 지난해 같은기간 53.5%에 비해 저조한 진도를 보이고 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하투에 이어 추투(가을투쟁), 심지어 추석투쟁까지 걱정하는 기업들이 많다"면서 "가을에 결실을 거두기는커녕 노사다툼이 길어지면 하반기에도 경기회복은 물 건너 갈 것"이라고 걱정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