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에서 미국 투자자들은 주식을 대거 사들이는 반면 해당국 국내 투자자들은 외면하는 이상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28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한국 증시에서 미국 기관투자가들이 중심이 된 해외투자자들은 지난 5월 이후 6조9천억원어치(58억5천만달러)를 순매수한 반면 한국의 기관투자가들은 3조2천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또 지난 4개월간 주식을 사는 투자신탁회사에선 자금이 빠져 나가는 대신 단기 저축상품인 머니마켓펀드를 사는 신탁 저축에는 12조원이 몰렸다고 전했다.


이같은 현상은 한국 외에 대만 인도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게 월스트리트저널의 지적이다.


대만의 경우 외국인투자자들이 지난 6월 이후 2천6백90억대만달러(78억8천만달러)의 주식을 순매입했다.


그러나 대만 내 투자신탁의 주식 투자액은 40억대만달러에 불과했다.


인도에서도 외국인들이 7백90억루피(17억3천만달러)를 쏟아부었으나,자국 내 뮤추얼펀드의 투자액은 14억루피에 그쳤다.


미국 투자자들은 아시아 국가들이 올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일부 개별 기업에 대한 전망도 밝게 보고 있어 투자에 적극적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분석했다.


실제 지난 3개월간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주식 펀드로 몰린 자금은 24억달러로,1996년 1분기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반면 아시아 투자자들은 외환위기로 대규모 손실을 본 후 위험 회피형으로 바뀐 데다 자국 증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경제 회복에 확신을 갖지 못해 자국 주식 투자에 소극적이라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자국 투자자들의 외면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증시는 올 들어 20% 이상 올랐지만 아시아 시장에 대한 외국인투자자들의 악명 높을 정도로 변덕스러운 투자관행을 감안할 때 자국 투자자들이 몰리지 않고는 지속적인 상승을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특히 한국 투자자들의 투자 동향과 관련,외국인들이 삼성전자 주식을 60% 가까이 소유하고 있는 반면 한국 투자자들은 신용카드 회사에 대한 부실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은행 주식에 끌리는 듯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