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인 우정사업청에서 특수법인으로 지난 4월부터 신분을 바꾼 일본 우정공사가 입찰 방식 손질 하나로 무려 11억엔 (약 1백10억원)의 횡재를 했다.11만여명의 직원들에게 입힐 유니폼 58만점을 대상으로 실시한 입찰에서 평균낙찰가가 예정가의 절반에도 못 미친 것. 공사는 정부조직으로 운영되던 지난 해까지의 관례를 감안,20억7천만엔을 예정했지만 업체들은 총 9억6천6백만엔이면 충분하다면서 군말 없이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한 벌에 8천엔 정도를 예상했던 남자직원의 상의는 2천6백16엔까지 낙찰가가 내려갔다. 입찰 참가업체는 모두 29개사.작년까지 단골로 참가했던 17개사에 12개사가 추가됐다. 우정공사가 한 일은 문턱을 낮춘 것이 전부였다. '20% 코스트 삭감'을 금년 목표로 박아 놓은 우정공사는 이번 입찰을 계기로 고비용 체질 개선에 메스를 더 깊이 들이 대겠다는 눈치다. 언론은 관청의 보호막 속에 안주하며 비용 개념을 외면했던 과거 공무원 조직의 폐해가 드러났다고 지적하고 있다. 우정공사의 사례는 낙하산 인사와 규제 사슬이 판치는 일본 공무원 사회의 치부를 보여 준 해프닝이고 보면 여기에 한국을 평면적으로 비교하기 어렵다. 하지만 전하는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법률과 관례를 방패삼아 거품과 군살을 당연한 것처럼 여겨 온 정부 부처와 공무원들이 과연 우리 주위에는 없는가? 미쓰이상선 회장에서 우정공사 최고책임자로 변신한 이쿠다 마사하루 총재는 내정 사실 발표 때부터 관청가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반대를 무릅쓰고 기업인을 요직 중 요직에 앉힌 이유는 유니폼 입찰에서도 뚜렷이 읽혀지고 있다. 비즈니스 마인드와 원가의식을 들이대지 않는 한 관료조직의 거품과 군살은 없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