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29일 단행한 10명의 부사장급 이상 임원 승진인사는 그룹의 최대 과제인 노사화합을 이루고 생산과 수출 부문을 보다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특히 생산과 노무에 밝은 부사장들을 사장으로 승진시킨 것은 주5일 근무제 실시로 현대·기아차의 최대 관심사가 되고 있는 생산성 제고 문제를 보다 적극적으로 해결해보자는 의도로 분석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해마다 반복돼 온 노사분규라는 변수를 원만히 해결하고 생산성을 높여 2010년 글로벌 톱5 진입을 앞당기려는 의지"라고 이번 인사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인사에서 현대차는 본부별 사장제를 도입,조직을 효율화하고 책임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를 내보였다. ◆책임경영 강화=무엇보다 현대차는 기존 총괄사장 체제를 한 단계 승격,총괄부회장을 두고 3명의 사장이 총괄부회장을 보좌하는 형태로 체제를 전환했다. 김동진 총괄부회장이 기획 및 영업(박황호 사장),생산(전천수 사장),연구개발부문 사장(김상권 사장)을 두고 조직을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한편 책임경영을 다진다는 전략이다. 2001년부터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을 맡아온 김 부회장은 그동안 중국공장 등 해외공장 건설,다임러크라이슬러와의 제휴 등 해외업무는 물론 국내 공장의 생산,국내외 영업,노사협상 등 수많은 업무를 혼자 총괄하면서 업무에 큰 부담을 느껴온 것이 사실.더욱이 노사분규철이면 한 달 이상 울산공장에 발이 묶여 다른 업무를 처리하기 어려운 상황을 맞기도 했다. 따라서 이번 인사를 통해 본부별 사장이 실무를 전담하고 김 부회장이 사장들의 업무를 총괄하는 형태로 조직을 변경,CEO의 업무를 보다 효율화한 것이다. 기아차 김뇌명 사장을 총괄부회장으로 승진시킨 것도 수출 등 영업을 김 부회장이 직접 챙기고 윤국진 신임 사장은 생산과 노사화합에 전력투구하기 위한 구상으로 보인다. 정순원 현대?기아차 기획총괄 사장은 이같은 양사의 총괄체제를 조율하는 역할을 그대로 유지하게 된다. ◆생산성 제고?노사관계 안정=박황호 기획·영업담당 사장은 생산기술 및 개발부문에 오랫동안 몸 담아왔다. 전천수 생산담당 사장은 현대정공 출신으로 기아차 소하리공장을 거쳐 지난해부터 울산공장장을 맡아온 현장통이다. 생산과 노사관계에 경험이 많은 인물들을 사장에 포진시킨 셈이다. 윤국진 기아차 사장 역시 98년 말 현대차에서 기아차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인사·총무와 노무관리 등을 주관해 왔다. 현대차 신현오 부사장과 안주수 부사장도 생산기술본부장과 아산공장장에서 한단계 승진했다. 김기철 기아차 부사장(광주공장장)의 경우 지난 2월 전무로 승진한 뒤 다시 부사장으로 승진돼 생산성 제고에 대한 회사의 관심을 반영하고 있다. ◆수출부문도 강화=기아자동차는 '수출 전문가'로 통하는 김뇌명 사장을 총괄부회장으로 올리고 김용환 전무(해외영업본부장)를 부사장으로 승진시켜 수출에 큰 비중을 뒀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해외부문을 약진시켜 세계 5대 자동차 메이커 도약을 위한 초석을 마련하는 데 가장 큰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이전갑 케피코 사장을 현대·기아차 감사실장(부사장)으로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그룹은 다음주 초 이사회를 개최해 대표이사 선임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