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세원 낮은 세율'을 기치로 내세운 올해 세제 개혁안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정치권의 이해 득실과 맞물려 벌써부터 가시밭 길을 예고하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표심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정치권이 세 부담이 늘어나는 세제개혁에는 반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이에 따라 다음달 세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되면 한바탕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31일 재정경제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지난 28일 열린 당정협의에서 중소기업특별세액 감면제도의 폐지 철회를 요구했으며 한나라당은 의료비 소득공제 기준을 3%에서 5%로 올리려는 정부 방침과는 정반대로 3%에서 2%로 낮춘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해 놓고 있다. 올해 세제 개혁안은 단기 부동산 양도차익 중과세 등을 통해 조세 형평성을 제고하고 각종 세금 감면 제도의 축소로 세입 기반을 확충하되 중산층과 서민층을 배려하고 기업 하기 좋은 환경 구축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조세의 효율성을 높여 전체적으로 수지 균형을 맞춘다는 정부의 복안과는 사뭇 다른 방향이다. 정부는 중소기업 특별세액 감면제도의 폐지와 근로소득자 의료비 공제 기준 인상, 단기 부동산 양도차익에 대한 중과세 등 3가지 사안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고 논리 개발에 나서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중소기업특별세액 감면제도 납부세액의 일정 비율(10-30%)을 기업 규모에 상관 없이 중소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감면해 주기 때문에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뿐더러 설비투자와 연구개발등 정부가 유도하려는 경제 행위와 관계 없이 일률적으로 세금을 깎아줌으로써 인센티브에 의한 각종 조세 감면 정책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부작용까지 낳고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올 연말이 시한인 이 법을 더 이상 연장하지 않을 작정이지만 민주당은 현재 경제 상황과 주5일제 실시 등에 따른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감안해 내년에는 감면 폭을 수도권은 10%에서 5%(수도권 소기업의 경우 20%에서 10%), 비수도권은 30%에서 20%로 각각 줄여서라도 일단 유지해 놓고 보자는 입장이다. 정부는 중소기업의 법인세 최저한세율 인하(12%에서 10%), 연구개발투자에 대한 최저한세 적용 배제, 수도권과밀억제권역내 대체투자에 대한 투자세액공제 허용 등의 각종 지원을 강화한 만큼 과세 형평을 저해하는 제도는 이제 수술할 때가 됐다는 논리다. 이 제도를 유지하면 8천300억원의 세수 감소를 감수해야 한다는 점도 정부로서는 바짝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의료비 소득공제 기준 정부는 의료비의 소득공제 대상을 총급여의 3% 초과분에서 5% 초과분으로 상향조정하기로 했다. 대신 현재 500만원인 공제 한도를 본인에 대해서는 적용하지 않고 무제한적으로 인정할 방침이다. 외국과 달리 총급여의 일정액을 일괄 공제하는 근로소득공제가 있으므로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소액 경상 의료비는 근로자가 부담하고 근로소득공제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취지에서 의료비 공제 기준을 올렸다는 게 재경부의 주장이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예컨대 연급여 4천만원인 근로자의 경우 기준이 3%라면 120만원 이상을 의료비로 지출해야 하고 5%라면 200만 이상을 써야 공제 혜택을 본다는 것인데 여기에 해당하는 근로자가 과연 얼마나 되겠느냐는 것이다. 정보통신기술협회의 한 연구원은 본인 의료비를 무제한 공제해 준다지만 현실적으로 무제한은 커녕 현행 공제 한도인 500만원이라도 다 쓰면서 직장 생활이 가능한근로자가 있을 지는 의문이라는 지적도 보탰다. 나오연 의원(한나라당) 의원 등은 오히려 공제 기준을 3%에서 2%로 내리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해 놓고 있어 정부측과 정면 충돌이 예상되고 있다. ◆부동산 단기 양도차익에 대한 중과세 정부는 단기 보유 부동산에 대한 양도세율을 1년 미만은 50%, 1-2년은 40%로 각각 높이기로 했다. 2년 이상 보유는 양도차익 규모에 따라 9-36%로 차등화돼 있는 현행 세율을 그대로 적용하기로 했으나 미등기 전매는 60%에서 70%로 올리기로 했다. 단기 부동산 양도차익에 대한 중과세는 부동산 투기 억제와 과세 형평성 제고를 위해 당연한 것이지만 부동산 투기를 세금으로만 해결하기를 개대할 수는 없으며 세율 자체도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서민층은 비교적 값싼 집을 사고 팔기 때문에 양도차익도 적어 낮은 세율을 적용받고 있으나 앞으로 기간별로 세율이 단일화되면 직장 이동 등의 이유로 2년이내에 집을 옮겨야 하는 경우에도 대규모 투기꾼들과 똑같은 세율을 적용받는 불이익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진병태기자 jb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