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보다 더한 불황'이라며 울상짓는 연극계에 관객 모으기를 위한 색다른 시도가 등장했다. 비슷한 시기에 공연되는 네 편의 연극을 두 편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꾸러미티켓'을 발행한 것. 이 티켓을 구입하면 극단 76단의 「선(禪)」(9월11-16일.국립극장 달오름극장.기국서 연출)과 「로베르토 쥬코」(9월12-14일.국립극장 달오름극장.박정석 연출), 극단 골목길의 「딜러스 초이스」(9월12-10월5일.낙산시어터.박근형연출), 극단 이와삼의 「차력사와 아코디언」(9월17-28일.소극장 연우무대.장우재연출) 등 네 편의 연극을 두편 가격에 감상할 수 있다. 주목받는 연출가들의 각기 다른 색채의 작품을 접할 수 있는 기회. 극단 76단이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각각 오후 4시와 7시30분으로 시간대를 달리해 공연하는 「로베르토 쥬코」와 「선」은 한 극단이 같은 극장에서 작품 두 개를 동시에 선보인다는 사실 자체로도 특이한 무대. 애초에는 같은 배우들이 두 연극을 연이어 공연하는 것을 목표로 기획됐지만, 현실적인 여건상 두 편의 무대로 분리해 선보인다. 9월11일부터 16일까지 오후 7시30분에 공연하는 「선」은 산사에서 벌어지는 스님들의 해프닝을 소재로 했다. 해탈의 경지인 '선'을 찾기위해 동분서주하는 스님들의 모습을 해학적으로 그렸다. 모든 책을 불태웠는데 태워지지 않은 책으로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등장시켜 선문답 속에 무언가를 갈구하는 보편적인 모습을 형상화했다. 「돼지비계」「통일 익스프레스」의 작가 오태영의 극본을 극단대표 기국서가 연출했다. 맹동학 정봉준 윤제문 김태호 이용환 등 출연. 9월12일부터 14일까지 오후 4시에 공연하는 베르나르 마리 콜테스의 「로베르토쥬코」는 동일한 미치광이 살인마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 주인공이 아버지.어머니.형사.어린아이를 살해하는 과정을 파편적으로 묘사하면서도 살인의 이유를 제시하지 않는 여지를 남기는 구조를 택했다. 41세의 나이에 에이즈(AIDS)로 사망한 작가의 마지막 작품. 지난해 선보여 호평받은 작품으로 이번에는 초연때 조연출인 박정석이 연출했다. 예술감독 기국서. 김영민 이지연 장용철 이용근 박승희 최영환 등이 출연한다. 두 편이 한 무대를 동시에 사용하는 만큼, 일체의 세트가 등장하지 않는다. 절을 상징하는 사천왕 상이나 매춘굴을 상징하는 소품 등의 오브제와 조명만으로 상이한 색채의 무대를 만드는 실험을 감행했다. 각각 2만원. ☎766-7657. 9월12일부터 10월5일까지 낙산 시어터에서 공연하는 극단 골목길의 「딜러스 초이스」는 도박판을 무대로 남자들간의 라이벌 의식, 부자 관계를 재치있게 표현한 작품. 돈만 생기면 서로 돈을 꿔줘가며 도박에 매진할 것을 부추기는 부자(父子) 도박사가 작품의 주인공이다. 작품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담보한 영국 출신 작가 겸 연출가 패트릭 마버의 희곡을 '가난한 연극'을 지향하는 박근형이 연출했다. 이봉규 김세동 정대용 이달형이용규 박민규 고수희 등 출연. 공연시간 수-금요일 오후 7시30분. 토.일.공휴일 오후 4시30분.7시30분. 1만5천원 ☎766-7657. 극단 이와삼이 9월17일부터 28일까지 소극장 연우무대에서 창단 공연으로 마련한 「차력사와 아코디언」은 집나간 아내를 찾아 약을 팔며 전국을 떠도는 아코디언과 그를 따라 다니는 차력사의 이야기. 양숙을 좋아하는 차력사, 차력사를 돕기 위해 양숙의 후배 써니를 꼬드기는 아코디언, 자신의 사랑을 증명하기 위해 진짜 칼을 자신의 배로 받는 차력사와 그럼에도 떠나는 양숙 등 유랑인의 사랑과 속고속이는 인생역정을 서정적으로 그렸다. 정우재 작.연출. 윤상화 김준배 황영희 염혜란 형영선 등 출연. 공연시간 평일 오후 7시30분. 토.일요일 오후 4시30분.7시30분. ☎762-0810. 극단 76단의 기국서 대표는 "이번 기획은 평소 친분이 있던 연출끼리 서로 상생하자는 의미에서 마련한 자리"라고 말했다. 티켓가격 4만원. ☎766-7657. (서울=연합뉴스) 김경희 기자 kyung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