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과 업무수행간의 직접적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더라도 업무상 과로가 질병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추정을 근거로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특별11부(재판장 정인진 부장판사)는 의류회사 직원 오모씨(55)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결정처분 취소청구소송에서 1심 판결을 깨고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31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질병의 주원인이 업무와 직접적 관계가 없더라도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원인에 겹쳐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인과관계가 있다고 봐야 한다"며 "반드시 의학·과학적 입증이 없더라도 제반사정을 고려할 때 인과관계가 상당하다고 추정되는 경우에도 입증된다고 볼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의학상 만성신부전증은 만성사구체신염이나 고혈압이 유력한 원인이지만 과로나 스트레스도 중요한 발병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원고는 고혈압 등에 과로가 겹쳐 발병했거나 병이 자연적 진행속도보다 악화됐다고 추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오씨는 의류회사 작업반장으로 과로 속에 근무하던 지난 99년 9월 병원에서 만성신부전증 진단을 받고 근로복지공단에 요양을 신청했다가 요양불승인처분을 받아 행정법원에 소송을 냈지만 인과관계 입증이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패소했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