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하나로통신 두루넷 등 후발 초고속인터넷사업자들의 구조조정 작업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두루넷은 지난 30일 매각을 위한 공개입찰이 유찰돼 회사의 앞날을 쉽사리 점치기 어려운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하나로통신은 우여곡절 끝에 이사회에서 5억달러 규모의 외자 도입을 결의했으나 1대주주인 LG가 반대하고 있어 주총에서 승인받기까지 험로가 예상된다. ◆두루넷 매각입찰 불발=4위의 초고속인터넷업체인 두루넷은 25일 매각 공개입찰에 참여한 하나로통신과 데이콤의 인수 역량 미달을 들어 입찰을 유찰시켰다. 두루넷은 이번 입찰이 유찰됨에 따라 조만간 새로운 회사정리계획안을 만들어 법원에 제출할 계획이다. 그러나 법원의 인가를 받지 못하면 파산선고를 받게 돼 회사 장래를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됐다. 두루넷의 매각입찰은 참가업체인 하나로통신과 데이콤의 자금조달 능력 문제로 유찰됐다. 하나로통신은 대주주들간의 갈등으로 1억달러의 해외 신주인수권부사채(BW) 상환 만기를 넘겼고 데이콤도 자금조달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두루넷은 KT가 새롭게 입찰에 참여할 것을 희망하고 있다. KT는 그동안 초고속인터넷 시장 독점을 우려하는 여론을 의식해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으나 상황이 무르익으면 자연스럽게 인수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안개속의 하나로통신 외자유치안=하나로통신은 29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AIG-뉴브리지캐피털 컨소시엄으로부터 5억달러 규모의 외자를 유치하기로 결의했다. 그러나 15.9%의 지분을 가진 1대주주 LG가 "어떠한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저지하겠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오는 10월21일 임시주주총회 통과를 낙관할 수 없다. 외자유치안이 주총 승인을 받기 위해선 △참석 주주의 3분의 2 찬성 △전체 주식의 3분의 1 이상 찬성의 조건을 총족해야 한다. 따라서 지분 50%가 넘는 소액주주들의 향방에 따라 승인 여부가 판가름나게 된다. 외자유치안을 제안했던 SK텔레콤(5.5%)과 우호적 지분인 삼성전자(8.49%)의 지분을 합해도 통과 요건에 크게 모자란다. 이에 따라 주총이 열릴 때까지 대주주들 사이에 소액주주를 끌어들이기 위한 물밑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LG측은 "현재 주가에도 못미치는 가격으로 단기 차익을 노리는 해외펀드에 국가 기간 통신사업체를 넘긴다는 것은 국익과 주주이익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측은 "글로벌 시대에 자본의 출처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이미 삼성전자 등 유수 국내 기업들에서 외국자본이 대주주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윤진식 기자 js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