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의 기적에서 배운다] 경제구조 대개혁…가난수렁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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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은 바이킹들이 쓰던 말로 '검은 웅덩이'를 뜻한다.
이름만큼이나 더블린의 과거는 시궁창 속같이 암울했다.
아일랜드의 대문호 제임스 조이스가 단편소설 '더블린 사람들(1914)'에서 이 곳을 가난과 음산함이 혼재된 '마비된 도시'로 묘사했던 것도 결코 과장은 아니다.
'어둠의 땅'으로 불리던 더블린에 올해 초 세계 최고의 1백20m짜리 스테인리스 스틸 첨탑이 들어섰다.
아일랜드 정부는 지난 10여년간의 고속 성장을 기념하기 위해 '더블린 스파이어(Dublin Spire)'라는 이름의 번쩍이는 탑을 세웠다.
아일랜드의 역사는 가난의 연속이었다.
땅이 척박해 먹을 것이라고는 감자 밖에 없었던 아일랜드는 19세기 중반 '감자 대기근'으로 인구 8백만명 가운데 무려 1백만명이 굶어죽는 대재앙을 겪기도 했다.
아일랜드는 1980년대 후반까지도 서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로 분류됐다.
하지만 90년대 들어서면서 연평균 8% 이상의 놀라운 경제성장을 지속, 이제는 서유럽의 부자 나라중 하나가 됐다.
2001년에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만1천달러를 넘어 자국을 수없이 수탈해온 인접국 영국(2만4천달러)을 앞질렀다.
초고속 성장 덕에 80년대 '아시아의 네 마리 용'에 비견되는 '켈틱 타이거(Celtic tigerㆍ켈트족 호랑이)'라는 닉네임까지 얻었다.
기적의 원동력은 1987년의 노ㆍ사ㆍ정 대타협.
당시 아일랜드는 끊임없는 노조의 파업 등으로 심각한 경제위기에 처했었다.
실업률이 17%로 치솟고 물가상승률은 12%에 달했다.
하지만 노ㆍ사ㆍ정이 임금인상 억제와 법인세 인하를 골자로 하는 '사회연대협약'을 도출, 경제의 틀을 바꿈으로써 유례없는 성장 신화를 이뤄냈다.
특히 법인세를 유럽 최저인 10%로 낮추고 외국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획기적인 경제정책을 도입한 결과 '외국기업 천국'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
아일랜드경제인협회(IBEC) 데이비드 크로건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노ㆍ사ㆍ정이 화합함으로써 아이리시의 원죄처럼 여겨졌던 가난의 족쇄를 끊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더블린=김미리 기자 mi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