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 선물 거절했더니 3억어치 상품권 사가 .. 신세계 윤리경영 '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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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후지제록스는 최근 신세계로부터 상품권 3억원어치를 구입했다.
올해 임금 인상분의 일부를 상품권으로 지급키로 한 노사합의에 따른 것.
그동안 다른 유통업체의 상품권을 구매해오던 이 회사가 신세계 상품권을 대량으로 구입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지난 2001년 상반기 신세계 계열사인 신세계인터내셔널은 복사기와 프린터를 포함한 문서관리시스템을 후지제록스 제품으로 교체했다.
그 해 추석 이 회사 임효묵 영업지원팀장 집으로 배 한 박스가 배달됐다.
한국후지제록스가 보낸 감사의 표시였다.
임 팀장은 사내 윤리규범에 따라 임원에게 보고하고 금품수수신고서를 작성했다.
한국후지제록스엔 "성의는 감사하지만 윤리규범에 따라 선물을 받을 수 없습니다.
물건도 곧 돌려 보내겠습니다"는 취지의 공문을 발송했다.
한국후지제록스측은 "우리도 윤리경영을 하고 있지만 그 정도는 받아줬으면 좋겠다.
다시 돌려받기도 어렵다"며 한사코 거절했다.
신세계인터내셔널은 배 선물 처리를 놓고 고심한 끝에 노부모를 모시고 어렵게 살고 있는 사원에게 전달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한국후지제록스는 신세계측에서 보낸 공문을 전 사원에게 열람토록 했다.
한국후지제록스는 일본 후지제록스가 1백% 출자한 외국계기업.
이 회사 다카스기 노부야 회장 등 경영진은 "한국에서도 반드시 접대를 하거나 선물을 줘야만 영업이 되는 것은 아니다"는 사실을 직원들에게 적극 알릴 것을 해당부서에 지시했다.
신세계도 후지제록스와의 작은 에피소드를 윤리경영 모범 사례로 꼽고 '풀 스토리'를 취재해 사내방송으로 내보냈다.
한국후지제록스 최승철 영업부장은 "우리도 윤리경영을 강조하고 있지만 당시엔 '이런 회사도 있나' 싶었다"며 "이번에 신세계 상품권을 대량 구입한 것은 2년 전 배 한 상자로 맺어진 인연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신세계는 지난 99년말 윤리경영을 경영이념으로 채택했고 이젠 '윤리경영 대표기업'이란 평가까지 받고 있다.
윤리경영 덕분에 5만원짜리 배 한 상자가 3억원의 매출로 돌아온 셈이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