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 떠나고 싶은 사람이 이렇게 많은가. 현대홈쇼핑이 지난 28일 밤 11시10분부터 80분간 판매한 이민알선 상품에 9백83명이 몰려 1백75억원어치가 팔리는 홈쇼핑사상 최대 대박을 기록했다는 얘기는 우울하고 충격적이다. 글로벌경제시대에 이민을 부정적으로만 보는 것은 물론 적절치 않다. 세계 각지에 흩어진 한국계 이민이 우리 경제에 적잖은 보탬이 되고 있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단 80분 방영에 홈쇼핑 1주일치 매출을 가져온 이민상품 열기는 누가 뭐래도 결코 정상적이라고 하기 어렵다. 어떤 상품보다 이민알선 상품이 더 잘 팔리는 나라,그것을 나라꼴이 뭔가 잘못돼가고 있다는 또하나의 반증이라고 한다면 과연 지나친 확대해석일까. 신청자의 51%가 30대라는 점도 간과할 일이 아니다. 한창 일하고 뿌리를 내려야할 연령층을 이민으로 내몰고 있는 까닭이 무엇인지,생각해 봐야할 필요가 있다. 버리고 떠나고만 싶게 만든 요인은 따지고보면 한둘이 아닐 것이다.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비싼 집값도 그런 요인의 하나가 아니라고 하기 어렵다. 일자리 구하기도 어렵지만 취직을 해서 열심히 해봐야 제집 한칸 마련하기 어려운게 현실이고 보면 그러하다. 높아만 가는 이민열풍은 우리사회의 병리현상과 결코 무관치 않다는 점에서 특히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교육문제만 해도 그렇다.교육이 제기능을 하고 있다면 숱한 문제를 파생하고 있는 이른바 조기유학은 크게 줄게 너무도 분명하다. 사교육비는 엄청나고 입시에 찌들대로 찌든 뒤 대학에 가봐야 그 교육의 질은 기대수준 이하이고 보면 자녀교육 때문에 이민간다는 이들이 줄을 잇는 게 이상할 것도 없다. 환란 이후 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고용불안, 결코 밝다고만 하기 어려운 나라경제 전망 등등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숱한 문제가 이민열풍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최근 몇년새 더욱 증폭되고 있는 계층간 갈등도 그런 요인의 하나일 것 또한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이민문제를 '갈 사람은 가라'며 대부분 국민과 상관없는 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 누적된 구조적 모순을 풀어나가려는 국민적 의식이 있어야 한다. 제이익을 내세우기 위한 구호로서가 아니라 진정한 의미에서의 글로벌 스탠더드에 대한 인식,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우리가 못하기 때문에 고쳐야 할 점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려는 노력이 긴요하다. 그것이 나라 경쟁력을 키우는 첩경이고 또 비정상적 이민열기를 잠재우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