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고 1∼2년안에 일본 싱가포르와 동남아국가연합(ASEAN) 멕시코 등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협상 또는 공동연구를 시작하며, 중장기적으로 한·중·일 FTA와 한·미 FTA도 추진한다는 FTA 추진계획을 확정했다. 통상압력이 갈수록 거세질 게 분명한데 앞으로는 방어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FTA를 통해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나라경제가 수출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우리 처지를 감안하면 이같은 정부방침은 당연하며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본다. 그러나 이번 FTA 단계별 실행계획이 얼마나 현실성이 있는지에 대해선 솔직히 의문이다. 겉으로 내세운 명분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실천의지를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우여곡절 끝에 지난 6월 임시국회에 상정된 한·칠레 FTA 비준안이 농민단체의 반발과 내년 총선을 의식한 정치권의 눈치보기 탓으로 표류하고 있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우리와 경제교류가 적어 국내산업에 별다른 충격을 주지 않는 칠레와의 FTA 체결이 이 정도로 힘들다면,일본 중국 미국 등과의 FTA 추진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적극적인 대외개방을 통한 우리경제의 '동북아경제 중심 도약'이라는 청사진도 한낱 구호에 그칠 공산이 크다. 물론 FTA가 농업부문에 큰 부담을 주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아무 대책 없이 무작정 FTA 체결을 미룬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건 결코 아니다. 협상과정에서 농업피해에 대해 충분히 논의했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나름대로 안전장치를 강구했는데도 불구하고, 국회가 농가피해 보전대책 미비를 이유로 한·칠레 FTA 비준안 처리를 미루고 있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이런 식으로 계속 허송세월하다가는 자칫 우리만 국제적으로 고립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껏 FTA를 체결하지 않은 나라는 중국 대만 한국뿐인데다,최근 칠레 하원이 한·칠레 FTA 비준안을 통과시켜 상원으로 보낸 상황이라 더욱 그렇다. 국회는 더이상 농민단체 눈치만 볼 것이 아니라 한·칠레 FTA 비준안 처리를 서둘러야 마땅하다. 또한 정부와 정치권은 FTA가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임을 적극적으로 알려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동시에 FTA를 계기로 구조조정을 가속화하고 산업경쟁력을 강화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래야만 이번 FTA 추진계획도 신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