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권거래소(NYSE)는 미국 자본주의의 심장으로 통한다. 상장회사의 시가총액이 무려 12조달러에 이르는 것만 봐도 그렇다. "세계가 뉴욕증시에 투자한다"는 월 스트리트의 긍지를 증명이라도 하듯 유수한 기업들이 상장요건을 갖추고 이 곳을 노크하고 있다. 뉴욕증시의 이런 중요성 때문에 거래소 회장이 어떤 인물이고 무엇을 하는가는 항상 뉴스의 초점이 되곤 한다. 지난 95년 회장으로 취임한 리처드 그라소(56)는 평직원으로 출발해 27년만에 최고 경영자 자리에 오른 최초의 인물이다. 그 전까지는 경제계의 거물이 회장으로 영입되는 게 관례여서 그라소의 선임은 의외로 받아들여졌다. 일부 이사들이 반발하는 진통을 겪기도 했는데, 그라소는 전국적인 지명도가 낮을 뿐더러 금융계나 기업계의 주요 인사들과 '동료'로 지내기에는 함량이 다소 떨어진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라소 회장의 일 솜씨는 이런 불안을 기우로 돌려놓았다. 나스닥 시장이 위협적으로 커지자 나스닥에 등록된 2백여개의 첨단기업을 뉴욕증시에 상장시켰고,실리콘 밸리에는 별도 사무실을 내 나스닥 등록기업을 유치했다. 금기시해 오던 기자들의 객장 시황중계를 허용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그는 곧잘 쇼맨십도 발휘한다. 주가가 최고를 기록하면 고깔모자를 쓴 채 폐장종을 치는가 하면 화장품회사가 상장하면 슈퍼모델들과 객장을 돌기도 한다. 이번에는 그라소 회장이 1억3천9백여만달러나 되는 거액의 연봉을 받았다 해서 월가를 경악시키고 있다는 소식이다. 성과급과 퇴직금 및 각종 복지수당을 일시적으로 받는 이연보상제도에 따라 수령했다고는 하지만,지난 3년 동안의 뉴욕증시 순익을 합친 것보다 많아 '지나치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그라소 회장은 "뉴욕증시만이 내 업적을 평가할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탈리아계인 그는 궁핍한 가정에서 태어나 대학도 중퇴한 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월가의 가장 주목받는 인물로 떠올라 있다. 연봉 시비가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