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4 04:53
수정2006.04.04 04:57
"노조의 파업기간중 불법행동이 상식을 뛰어넘고 있다."(로스 헤더링턴 한국네슬레 공장장)
"올해 1천만달러 추가 투자 계획을 세웠는데 노조파업 때문에 취소했다."(오시안 클링스포 테트라팩 사장)
"김천에 있는 기업 중에서 임금 수준은 3위인데도 경영권 참여, 고용보장 등 수용하기 어려운 정치성이 강한 주장을 들이대면 어떻게 하나."(제임스 불래식 한국오웬스코닝 사장)
극심한 노사분규를 겪은 외국인투자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KOTRA의 외국인투자지원센터에 쏟아낸 불만이다.
이들은 한국의 노사분규가 더 이상 방치해서는 곤란한 상황이라며 극에 달한 불만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헤더링턴 공장장은 "한국 정부가 과격한 노사문화의 틀을 고치기 전에는 외국투자 유치가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고 "불법행동에 대한 민ㆍ형사상 조치를 양보하면 내년에도 똑같은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클링스포 사장은 "세금감면 등 인센티브보다는 노사관계 안정이 투자유치에 핵심적인 요소"라고 지적하고 "정치성향이 강한 중앙노조의 간섭 때문에 노사간 협상이 벽에 부딪히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외투기업 CEO들은 구타 폭력 등 명백한 폭력행위가 발생하지 않는 한 분규현장에서 위협 점거 시위 등 업무방해행위가 벌어져도 개입을 꺼리는 공권력의 수동적이고 방관자적인 대응이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거듭되는 고율의 임금 인상이 한국 사업장의 경쟁력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불래식 사장은 "지난 5∼7년간 계속된 연간 10%대의 급격한 임금상승을 생산성 향상으로 커버할 수 있었지만 연 7% 이하의 임금 상승률을 보이고 있는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앞으로 수년내 한국 공장의 원가경쟁력 상실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공장은 2∼3년 전까지만 해도 코닝사 공장 중에서 생산 코스트가 가장 낮은 공장이었지만 지금은 브라질 인도보다 높은 3위"라고 전했다.
31일 KOTRA의 집계에 따르면 올들어 8월까지 발생한 외투기업의 노사분규는 27건.
작년 한 해 동안의 발생건수(26건)를 이미 넘어섰다.
노사분규가 일어난 사업장은 민주노총 소속이 25개사(92.6%)였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3건(85.2%)이었으며 제조업 가운데서도 자동차부품업체 분규가 14건을 차지했다.
국적별로는 일본계(10건)나 프랑스계(7건)가 상대적으로 많았고 직장폐쇄로까지 이어진 경우도 한국네슬레 KOC 테트라팩 한국오웬스코닝 KGI증권 한국까르푸 레고코리아 등 7건에 달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