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간 동업자로 지내면서 찰떡 궁합을 과시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과 스티브 발머 최고경영자(CEO)의 긴 인연이 미국 재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31일 '누가 중년의 위기를 말하는가'라는 제목의 기획 기사에서 마이크로소프트를 세계 최대의 소프트웨어 회사로 세운 47세 동년배 하버드 동창생의 우정과 비즈니스관을 자세히 소개했다. 발머 CEO가 스탠퍼드대학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중단하고 친구 게이츠 회장이 세운 마이크로소프트에 1980년 합류하면서 두 사람의 도전적인 비즈니스 여행은 시작됐다. 누가 먼저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가를 다툴 정도로 열심히 일했다. 비즈니스 전략에선 의견 대립도 많았다. 게이츠 회장은 통신분야나 비디오 게임 산업에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반면 발머는 이같은 구상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초창기 인력 채용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발머는 한꺼번에 30명을 고용하자고 주장했고 게이츠 회장은 한 사람을 고용한 후 또 한 사람을 찾는 단계적 전략을 선호했다. 하지만 서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가장 잘 아는 사이여서 그같은 의견차이를 쉽게 극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회장과 CEO라는 역할 분담도 쉽지 않았지만 주말에 e메일을 서로 주고 받으며 비즈니스 전략을 상의할 정도로 매끄럽게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미국 재계에선 "두 사람은 서로의 장단점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는 데다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한 믿음으로 똘똘 뭉쳐 있다"며 가장 성공한 파트너십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게이츠의 공식 직함은 회장 겸 최고기술전략가. 전체 시간의 60%는 기술전략 및 상품검토에 쏟고 30% 정도만 경영에 할애하고 있다. 경영 구조의 변화,급여체계,재무보고,고객과 동업자의 관계개선 등 전반적인 경영은 발머가 책임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한자릿수 성장만 해도 괜찮을 만큼 기업의 규모는 커졌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중년의 위기를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좋다"며 활짝 웃는 사진을 곁들였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