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9월 첫번째 월요일에 맞는 노동절은 몇가지 의미를 갖는다. 샐러리맨들은 여름 휴가를 끝내고 업무에 복귀하기 위해 준비하는 날이다. 연휴의 마지막 날로 백화점들은 최대 특수를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지난 1일 뉴욕주의 고급 쇼핑몰 '우드베리'에는 마지막 여름 쇼핑을 즐기려는 인파로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길이 10km 이상 막혔다. 2분기 경제성장률 3.1%를 실감케 하는 쇼핑 인파였다. 하지만 근로자들과 노동 단체엔 즐겁지 않은 하루였다. 미국 경제가 침체로 들어 갔던 2001년 초부터 2백70만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이들을 포함해 9백만명의 실업자는 쇼핑몰이 대혼잡을 빚었던 노동절 휴일에도 구직에만 신경을 써야 했다. 최대 노동단체인 미국 노동총연맹-산업별 회의(AFL-CIO)는 회원수를 걱정하면서 보낸 하루였다. 조합원이 해마다 줄어들어서다. 존 스위니 AFL-CIO 위원장은 이날 연설에서 노조결성을 어렵게 만드는 법과 경영진들을 맹비난했다. 미국에서 노조 가입률이 가장 높았던 때는 1955년, 35%에 달했다. 요즘은 13%선까지 떨어졌다. 이유는 많겠지만 스위니 위원장은 노조결정을 어렵게 만드는 일부 경영진들에게 화살을 돌렸다. 재계 단체는 스위니 위원장의 비난이 단순한 구실 찾기라고 꼬집었다. "노동단체가 근로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유인책을 제시하지도 못하면서 괜스레 경영진만 비난한다. 근로자들이 노조에 매력을 못느낀다는데.기업인이 물건을 못 팔고서 그 물건을 사지 않는 소비자들을 비난하는 꼴이나 마찬가지다."(미 상공회의소 란델 존슨 부사장) 이유야 어떻든 스위니 위원장이 연설의 많은 부분을 저조한 노조 가입률에 할애할 정도로 미국 노동단체는 식구들을 잃고 있다. 노동절을 계기로 대선주자들도 본격 레이스에 들어갔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근로자들을 찾아 갔고 민주당 경선후보들은 부시의 경제실정을 비난하면서 표심잡기에 안간힘을 기울였다. 이리 저리 바쁜 노동절이었지만 주인공인 근로자와 노동단체엔 우울한 날이었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