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부터 가파르게 오르던 서울 강남권 아파트값이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이번 주 들어 상승세가 멈춘 가운데 일부 아파트의 호가가 1천만원 안팎 하락했다. 한동안 찾아볼 수 없었던 매물도 다시 등장하고 있다. 짧은 기간에 값이 너무 많이 오른 데다 비수기에 접어든 게 원인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가 세금 중과방침을 강력하게 밝힌 데다 그동안 너무 올랐다는 견제심리가 작용하면서 집값이 눈치보기에 들어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최근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세제 개편안에 대한 집주인들의 저울질에 끝나는 추석 이후가 돼야 정확한 시장 전망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격 상승세 멈춰 올 여름 집값 상승을 주도했던 잠실주공아파트의 호가는 최고 1천6백만원가량 떨어졌다. 5억5백만원을 호가하던 잠실주공 1단지 13평형은 4억8천9백만원선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 2단지 13평형도 5억원에서 4억9천만원으로 호가가 1천만원 낮아졌다. 잠실주공 2단지 인근 중앙공인 관계자는 "이틀 전부터 매물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호가가 낮아졌다"며 "현재는 단지 내 20여개 부동산이 모두 1∼2개의 매물을 확보하고 있을 정도이지만 매수자가 달라붙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밀안전진단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고덕주공 2·3·4·시영단지 등도 이번 주 들어 호가 하락은 없지만 가격 상승은 멈췄다. 고덕시영 17평형은 3억7천만∼3억8천만원을 유지하고 있다. 인근 부동산월드의 손경숙 실장은 "상승세가 멈춘 지 2∼3일 정도 된다"며 "매물도 많지 않고 살 사람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강남구 개포주공 저층단지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개포주공 1단지 15평형은 이번 주 들어 6억6천만∼6억7천만선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주까지의 시세와 변동이 없는 상태다. 개포동 강남공인 정창성 대표는 "매물은 평형별로 1∼2개씩 나와 있지만 매수세는 없다"고 설명했다. 강남구 대치동 우성·선경·은마아파트 등도 지난 주와는 분위기가 확연히 다른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가격 상승세가 멈춘 가운데 은마 등 일부 아파트에선 그동안 찾아보기 힘들었던 매물이 흘러나오고 있다. ◆지금의 진정세는 그래도 불안 일선 중개업소들은 강남권 집값이 본격적인 조정국면에 들어갔다고 보기는 아직 이르다고 진단했다. 이번 주 들어 호가 상승세는 멈췄지만 매수세가 여전히 따라붙고 있어 매물 1∼2개만 소화되면 그마나 있던 매물이 들어가면서 호가는 순식간에 올라 버릴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조정국면 진입여부는 조금 더 지켜보고 판단해야 한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다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집값이 당분간 조정국면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RE멤버스의 고종완 대표는 "지난 2년 동안 추석을 전후해 집값이 조정받았고 특히 작년 추석에는 재건축 대상 아파트값이 1억원 가까이 하락했다"며 "올해도 비수기가 겹치면서 집값이 조정국면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