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여성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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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는 '여자의 방'(1929)에서 "여자에게도 연간 5백파운드의 수입과 자신만의 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죽이고 싶은 여자가 되라'(1999)를 쓴 미국의 필리스 체슬러는 여기에 '직업'을 덧붙였다.
'어떤 여자든 자부심을 느낄 직업을 갖고 그에 따른 경제적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혼자만의 방,적정한 수입,직업이 필요한 건 21세기 한국 여성들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여성들 사이에 '결혼은 선택,직업은 필수'란 말이 일반화된지도 오래 됐다.
그러나 대졸 이상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62.0%(남성 89.5%), 전문ㆍ관리직 종사자 비율이 15.2%(남성 22.3%)에 이르는데도 책임있는 리더의 자리에 오르는 여성은 턱없이 적다.
여성공무원은 32.8%지만 4급 이상은 2.4%고,30인 이상 사업체의 여성관리직은 4.9%에 불과하다.
원인은 꼭 집어 말하기 어렵다.
남성중심적 사고에 따른 기회의 불균등,출산과 육아로 인한 도중하차,여성을 상관으로 못받아들이는 남성들의 통념 등이 주요인이겠지만,여성에겐 기초적인 리더십 개발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수가 많고,같은 리더십이라도 남녀에게 다른 기준이 적용되는 일도 흔하기 때문이다.
실제 남성은 과제지향형인 경우 적극적이라는 이유로 높은 점수를 얻지만 여성은 억척맞은 인물로 평가절하되고 관계지향형이 더 좋게 평가된다.
때문에 여성이 승진하려면 일처리 능력은 기본이요,남성에게 위협적이지 않도록 유순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부담을 진다.
이같은 문제를 감안,이화여대에서'이화 리더십 개발원'을 개설,17일 문을 연다는 소식이다. '여성리더 1백만인 시대'를 위해 정치와 기업 부문의 체계적인 리더십 훈련과정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비슷한 과정이 숙명여대와 성신여대에도 개설됐다고 한다.
전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아직도 한국사회의 유리천장은 두껍고 단단하다.
리더십 훈련을 통해 보다 많은 여성들이 지도자의 위치에 서게 되기를 기원하거니와 여성 모두 에이드리엔 멘델이 지적한 '비즈니스라는 시합의 룰'을 기억해두는 것도 좋을 성싶다.
'유능한 척 행동하고,실수를 떠벌리지 말고,시합이 재미없어도 그만두지 말고,감정을 드러내지 말고,팀의 일원임을 명심하라.'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