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해외 기업들의 투자 진출 우선순위에서 갈수록 떨어지는 등 글로벌 경제권의 '주변부'로 밀려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3일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발표한 '2003년 세계투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국내총생산(GDP)에서 외국인 직접투자(FDI) 누적액이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FDI지수가 5년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UNCTAD에 따르면 한국의 FDI지수는 지난 94년부터 96년까지 118로 정점에 도달한 이후 줄곧 하락, 99년부터 2001년까지의 기간 동안에는 92로 떨어졌다. 2001년 기준 한국의 FDI지수 순위는 세계 1백40개국중 92위에 그쳤다. 이같은 조사 결과는 한국이 FDI 유치의 동력을 상실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한국의 외국인 투자유치 실적은 갈수록 부진, 99년 1백55억달러가 넘었던 외국인 투자가 지난해 91억달러로 감소했고 올 상반기에는 26억6천만달러로 더욱 줄어들었다. 외국기업 투자 유치뿐 아니라 세계적인 무역자유화 물결에서도 한국은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칠레와의 사상 첫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합의해 놓고도 농민단체 등의 반발을 의식한 국회의 비준 지연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한 건의 FTA도 확정짓지 못한 유일한 '외톨이'로 남아 있다. 정부가 최근 일본 싱가포르 등과 조만간 FTA 체결을 위한 협상을 시작하겠다는 등의 '통상 로드맵'을 내놓았지만 노조 농민 등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을 조율하려는 노력이 부족할 뿐 아니라 예측가능한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외국 기업인들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정훈ㆍ현승윤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