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증권선물위원회에 의해 지난달 20일 고발된 SK해운의 거액 분식회계 및 비자금 조성의혹에 대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이에 따라 '현대 비자금' 사건으로 치명타를 입은 재계와 정치권에 또 한번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검찰은 4일 'SK 비자금'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SK해운 이모 사장이 지난 7월말 업무차 해외로 출국한 이후 한 달째 귀국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이씨의 소재파악에 나서는 한편 입국시 통보조치를 취해 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SK해운이 자사 명의로 발행한 기업어음(CP)에 대해 회계처리를 누락하는 방법 등 2천억원대의 분식회계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하는데 이씨가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고 귀국시 우선 소환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관련, SK측은 "이 사장은 금융감독원의 SK해운 분식회계 조사와 관련해 해외채권단에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출국했다"며 "이 사장의 귀국이 예정보다 늦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 중수부(안대희 검사장)는 이번주 초께 SK증권을 방문, SK해운과의 금융거래 내역 등 관련자료를 제출받아 정밀검토에 들어갔다. 검찰은 SK증권 등 금융기관들로부터 제출받은 SK해운과의 금융거래자료에 대한 정밀 분석작업에 착수했으며 SK해운 등 계열사에 대한 계좌추적, 자금흐름과 정치권 유입 여부 등에 대한 추적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문효남 대검 수사기획관은 "SK증권 등 SK 계열사 사무실에 대해서는 압수수색을 벌인 적은 없다"며 "최근에는 SK해운의 자금담당 관련자들을 소환 조사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SK해운 자금담당자들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구속수감 중인 최태원 SK㈜ 회장과 손길승 SK그룹 회장을 정식 소환해 SK해운을 통해 조성한 비자금의 용처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 주변에서는 최 회장과 손 회장이 한차례 이상씩 출석, 예비조사를 받았다는 설이 나돌고 있으나 검찰은 "최 회장과 손 회장 모두 아직까지 소환 조사한 바 없다"고 부인했다. 검찰은 SK해운의 분식회계가 2000년과 2001년 사이에 집중적으로 이뤄진 점을 중시하고 'SK 비자금'이 2000년 4월 총선이나 작년 말 대선에 대거 유입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한편 검찰은 경제에 미치는 파장을 의식해 압수수색이나 관련자 소환 사실의 보안에 철저히 신경을 쓰고 있다. 특히 일부에서는 '경제가 어려운데 검찰이 또 수사를 하느냐'는 비판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의지는 단호하다. 한 검찰 관계자는 "경제사정이 어렵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그렇다고 의혹을 적당히 덮을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SK측은 SK해운 분식과 관련해서는 검찰수사에 협조하고 있으나 비자금 관련 부분에 대해서는 "검찰 조사가 다 나와봐야 알 수 있지 않겠느냐"며 공식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