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 지원을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벤처 프라이머리 CBO'(채권담보부 증권)의 발행과정에서 대상기업 선정 및 발행금액 등을 알선해주는 조건으로 수억원을 챙겨온 금융알선 브로커들과 금융회사 직원들이 검찰에 대거 적발됐다. 서울지검 특수2부(채동욱 부장검사)는 최근 6개월간 벤처기업 관련 비리를 수사한 결과 기업지원자금 대출을 알선하고 회사자금을 횡령한 20명을 적발, 이중 14명을 구속기소했다고 4일 밝혔다. 이들 중에는 벤처기업들로부터 돈을 받고 기술신용보증기금이 보증하는 벤처자금 유치를 알선해준 전 트라인캐피탈 대표 남모씨(39ㆍ구속기소)와 컨설팅회사인 TNT 대표 안모 변호사(39ㆍ불구속 기소) 등 금융알선 브로커 5명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에 따르면 남씨 등은 재작년 5월 벤처기업인 휴노테크놀로지 대표 김상균씨(39ㆍ구속기소)로부터 1억5천만원을 받고 기술신용보증기금이 보증하는 50억원 규모의 벤처프라이머리CBO(P-CBO)를 발행받게 해주는 등 총 4백21억원의 P-CBO를 발행해 주는 대가로 12개 벤처기업으로부터 8억4천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다. 검찰은 남씨 등으로부터 "휴노테크놀로지 등이 발행대상으로 선정되도록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3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당시 P-CBO 발행 주간사인 동양종금(현 동양종금증권) 팀장 남모씨(39) 등 2명도 함께 구속기소했다. 이번에 브로커들이 개입한 'P-CBO'는 신용도가 낮아 자체 자금조달이 어려운 벤처·중소기업의 회사채를 모아 이를 기초자산으로 신용도가 높은 유동화증권(CBO)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해 주는 금융기법이다. 기술신용보증기금은 지난 2001년 첫 발행된 후 지금까지 모두 5차례에 걸쳐 1조8천억원 가량을 발행해 왔다. 그동안 P-CBO는 주간사, 신용평가사를 별도로 지정하는 등 브로커들의 개입여지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경우처럼 상당수 벤처기업들이 여전히 브로커를 통해 대출을 알선하고,그 대가로 조달액의 2∼5%를 지급하면서 경영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번에 브로커가 개입한 12개 벤처기업 중 5개사가 파산 또는 부도처리됐으며 나머지 기업들도 경영상태가 매우 열악하다"며 "특히 이들 기업의 회사채를 담보로 발행된 P-CBO의 만기가 내년으로 다가오면서 부실채권화에 따른 금융기관 피해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검찰은 '부동산 취득 후 2년내에 매각하더라도 매각대금을 회사 채무변제에 사용할 경우 세금을 환급해 준다'는 벤처기업 지원세제의 허점을 이용, 벤처기업인 아이비알의 지방세 16억원을 부정 환급해 주고 3천7백만원의 뇌물을 받은 강남구청 세무직원 박모씨(46)와 알선책인 전 행정자치부 세제과 사무관 차모씨(50ㆍ우남지방세 연구소장)를 각각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또 사채자금을 끌어들여 유망 코스닥 등록기업이었던 S사를 인수한 뒤 회사자금 80억원으로 이를 되갚는 등 기업 인수합병(M&A)을 빙자해 회사자금을 횡령한 S사 회장 신모씨(36)를 지명수배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