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룩셈부르크의 '4만弗 신화'] (上) 글로벌 경쟁력 '으뜸'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룩셈부르크 경제부에 일하고 있는 호맹 후아지.
그의 모국어는 룩셈부르크어다.
그러나 후아지가 매일 보는 문서의 대부분은 프랑스어로 돼 있고 자가용 승용차의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는 독일어로 서비스된다.
업무상 영어를 쓰는 일도 잦다.
그에게 몇 개 언어를 하느냐고 물었더니 "단지(only) 4개 뿐"이란다.
룩셈부르크는 고유언어인 룩셈부르크어가 있지만 독일어와 프랑스어도 공식어로 사용하고 있다.
룩셈부르크어는 주로 구어로 쓰이고 공식적인 문서와 인쇄물은 독일어나 프랑스어로 돼 있다.
외국기업이 늘어나면서 비즈니스 언어가 영어로 굳어져 영어도 보편적으로 사용된다.
때문에 룩셈부르크 사람들은 적어도 4개 언어를 구사한다.
유럽에서도 드문 경우다.
EU 국가에서 3개 이상의 외국어를 하는 인구비중은 평균 5.2%밖에 되지 않지만 룩셈부르크는 72%가 3개 외국어를 한다.
룩셈부르크 한국대표부 김양선 대표는 "'작은 나라'라는 콤플렉스가 룩셈부르크를 세계에서 가장 국제적인 나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탁월한 언어능력은 독특한 교육시스템에서 비롯됐다.
외국어 교육은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된다.
유치원에서는 룩셈부르크어를 배우고 초등학교에서는 프랑스어와 독일어를 함께 배운다.
고등학교 6년간은 영어를 집중적으로 교육받는다.
룩셈부르크는 지난 63년에 이미 국제학교를 세웠다.
미국과 유럽의 커리큘럼에 따라 교육이 진행되는 이 학교는 외국인뿐만 아니라 룩셈부르크 아이들에게도 개방돼 있다.
룩셈부르크의 교육시스템 중 가장 특이한 것은 4년제 대학이 하나도 없다는 점.
1년짜리 교양학부를 갖춘 학교는 있지만 학사 학위를 받으려면 선택의 여지 없이 무조건 외국에 유학해야 한다.
따라서 거의 모든 룩셈부르크인들은 유학을 통해 유창한 외국어를 구사하게 되고 다양한 세계 문화를 경험한다.
철강회사 아르셀로에 근무하고 있는 폴 버트메스는 "대부분의 룩셈부르크인들이 프랑스 독일 미국 등 세계 각지에서 유학을 한 뒤 고국으로 돌아와 직업을 갖는다"며 "다양한 해외 경험들이 결국 룩셈부르크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룩셈부르크 정부는 금융회사, IT회사와 연계한 대학 설립 계획을 구상 중이다.
그러나 이 대학은 산학연계를 위한 전문 대학으로 일반 종합대학과는 다른 형태다.
룩셈부르크 정부 관계자는 "룩셈부르크 학생들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 대학을 설립하는 것은 아니다"며 "앞으로도 정부는 해외 유학을 적극 권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리 기자 mi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