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오는 10일 멕시코 칸쿤에서 열리는 제5차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를 앞두고 한국의 개도국 지위 유지에 회의적인 입장을 시사, 대한(對韓) 농산물 시장개방 압력이 거세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숀 도널리 미 국무부 교역담당 부차관보는 4일 한국 기자단과 가진 화상간담회에서 "한국은 시장개방과 다자교역으로 큰 혜택을 입은 국가"라며 "농업과 같은 민감한 협상 분야에서도 주도적인 조정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하개발아젠다(DDA) 농업협상 부문에서 대폭적인 시장개방을 요구하고 있는 미국에 보조를 맞춰달라는 것이다. 도널리 부차관보는 한국의 농업분야 개도국 지위 유지 여부와 관련,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으나 "다자무역 협상은 기본적으로 일괄타결 원칙에 따라야 하는 만큼 일부 협상에선 (한국이) 어려운 결정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농산물 시장 개방을 강력히 요청할 것임을 내비쳤다. 도로시 드워스킨 미 무역대표부(USTR) WTO 부대표도 "개도국에 대해서는 관세 감축과 보조금 축소를 일정기간 유예를 인정해 줄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농산물과 비농산물 등에서 모든 참가국들이 실익을 얻는 협상이 돼야 한다는게 미국의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농산물 관세감축 부문에서 개도국과 선진국에 이원적인 방식(UR 방식 또는 스위스 방식)을 적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드워스킨 부대표는 또 "이번 칸쿤 회의는 DDA 협상의 종점이 아닌 중간 정착지일 뿐"이라고 말해 회원국들의 이해관계 조정이 쉽지 않음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한편 화상간담회에 참석한 주한 미국대사관 관계자는 "한국이 베트남 온두라스와 같은 개도국 지위를 주장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냐"며 농업분야 개도국 지위 유지에 주력하고 있는 한국 정부를 간접 비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