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증시 모럴해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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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그룹 창업주 2세의 주가조작,업력 30년이 넘은 중견 상장기업의 대규모 분식회계,벤처기업단체장의 공시위반.
증권선물위원회가 지난4일 발표한 제재 내용은 이른바 '지도층 인사'들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주가조작이나 분식회계 등은 자본시장의 근간을 흔들어대는 위법행위라는 점에서 우려를 자아낸다.
쌍용투자증권 회장을 지낸 김석동씨는 작년말 섬유회사인 영화직물을 인수하고 엔터테인먼트사업 진출을 선언,많은 이의 주목을 받았다.
가죽재킷 차림에 브리지를 넣은 헤어스타일로 나타난 그의 모습은 투자자들의 기대를 부풀리기에 충분했었다.
김 전 회장이 주가조작을 주도했는지,아니면 주가조작 세력에 이용당했는지는 검찰수사 결과가 나와봐야 알 수 있다.
그러나 증선위가 밝힌 그의 행적은 실망감을 금치 못하는 수준이었다는게 증권가 반응이다.
회사 인수자금은 고금리를 약속한 사채나 다름없었고 인수했다는 회사는 대부분 껍데기뿐인 부실기업이었다.
에어컨만은 대기업에 뒤지지 않는다던 센추리는 7백억원 이상의 분식회계를 3년 이상 숨겨오다 이번에 적발됐다.
회사측은 "분식회계는 외환위기 직후 어려움에 처한 회사를 살리기 위해 불가피했고 회사자금을 부당하게 유용하지 않았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분식수법이 재고자산 부풀리기,충당금 적게 쌓기 등 기본적인 재무제표 사항을 조작했다는 점에서 이같은 해명을 투자자들이 얼마나 받아들일지 미지수다.
공시의무 위반이라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위규행위이지만 대주주가 벤처기업단체장을 맡고 있는 기업의 행태도 '지도층 인사'의 도덕불감증을 질책하기에 충분하다.
올해 초 명문대를 졸업,외국증권회사에서 국내 파생상품시장을 주름잡았던 인물이 홍콩에서 '검은머리 외국인'으로 행세하며 주가를 조작한 사실이 적발돼 증권가에 충격을 줬었다.
주식시장이 본질적으로 '도덕성'과는 직접 관련이 깊지 않다 해도 '더 가지고 더 배운' 사람들이 기본규범마저 무시한다면 자본시장의 건전화는 언제까지나 공염불일 수밖에 없다.
박민하 증권부 기자 haha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