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는 효율적이지만 공평하지는 않다. 때문에 경제 규모가 커질수록 부는 편중돼 계층 지역 나라 사이의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자본주의에 기초한 세계화가 빈곤과 질병,삶의 질 저하,생태계 파괴 등의 고질적 문제들을 악화시킨다고 비판받는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비판적 지식인으로서 신좌파 운동 네트워크인 'ZNet'를 이끌고 있는 마이클 앨버트가 쓴 '파레콘'(김익희 옮김,북로드,2만원)은 자본주의는 물론 시장사회주의,중앙집권적 계획사회주의,생태지역주의 등 기존의 대안질서를 뛰어넘는 새로운 체제를 제시한다. '파레콘'이란 '참여경제'(Participatory Economics)라는 뜻.자본주의적 세계화 대신 평등과 참여를 지향하는 새로운 국제적 연대질서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파레콘'의 요체는 생산수단의 사회적 소유,일련의 노동자 및 소비자 평의회,위계적 조직이 아닌 균형적 직군,재산과 권력 및 산출에 따른 보상이 아닌 노력과 희생에 대한 보상,시장이나 중앙집권적 계획이 아닌 참여계획을 통한 할당,계급의 지배가 아닌 참여적 자율관리 등 6가지다.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를 막는 대신 누가 얼마나 열심히 오래 일하는지,얼마나 희생했는지에 따라 보상하는 점이 특징이다. 저자는 책에서 기본적인 경제제도와 가치에 대한 분석 및 파레콘의 비전을 제시한 다음 자본주의적 출판사와 참여경제적 출판사의 실례를 비교하며 파레콘 체제의 일상생활이 어떤 모습일지 보여준다. 이에 비해 페루 출신의 경제학자 에르난도 데소토는 '자본의 미스터리'(윤영호 옮김,세종서적,1만4천원)에서 제3세계 국가들이 자본주의에 실패하는 것은 자본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명확한 재산권 체제와 같은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제3세계에서는 재산권 개념이 명확히 확립돼 있지 않아 땅이나 집을 자본화하기 어려우며 이 때문에 결코 적지 않은 자산이 '죽은 자본'으로 사장돼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각국 정부가 당면한 과제는 현행법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있는 '죽은 자산'을 생산적인 영역으로 끌어들여 자본을 창출해내는 일이라고 그는 주장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