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 최고 5천만원까지 빠져 지난 5일 저녁까지만 해도 별다른 가격 움직임이 없었던 강남 재건축 시장에 6일 오전부터 2천만∼3천만원 호가를 낮춘 물건이 출현하기 시작했다. 일부 매물은 집주인이 5천만원까지 가격을 하향조정했다. 9·5대책 이전에 7억5천만원까지 매도호가가 뛰었던 대치동 은마아파트 31평형은 주말 사이 7억1천만∼7억2천만원선에서 매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일부 매물은 집주인이 7억원에 내놓고 있으나 매수자는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재건축을 통해 대다수 가구를 40평형대 이상으로 구성할 계획이었던 반포주공 2,3단지 역시 이번 조치로 타격을 입었다. 7억7천만원까지 올랐던 3단지 16평형짜리가 7억2천만∼7억3천만원에 매물이 등장하고 있다. 인근 에덴공인 김성일 사장은 "'거품'이 많은 상황이라 올해 4월 정도 수준까지 매매가가 내려야 거래가 이뤄지기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3단지 16평형의 올해 4월 가격은 6억3천만원선이었다. 조합설립 인가만 난 송파구 가락동 가락시영도 매물이 집중적으로 나오면서 가격이 약세로 돌아섰다. 5억5천만원이던 17평형이 2천만∼3천만원 싼 가격에 중개업소에 등록돼 있다. 이곳 송파공인 마순열 사장은 "매도 문의는 폭주하는 가운데 매수자는 전혀 없어 거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사업승인이 나 이번 조치로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됐던 잠실저밀도 지구에서도 매물이 하나 둘 등장하면서 가격이 빠졌다. 조합원 지위 양도가 내년부터 금지됨에 따라 은행 대출을 끼고 물건을 구입했던 투자자들이 매물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4억9천만원에 시세가 형성됐던 2단지 13평형의 값이 2천만원 이상 떨어졌다. 강동구 고덕주공단지도 사정은 비슷하다. 고덕2단지 주변 고일공인 허봉욱 사장은 "집주인들이 다들 충격에 빠져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집중적으로 묻고 있다"며 "4억5천만원선이던 2단지 16평형이 1천만∼2천만원 정도 내렸다"고 전했다. ◆강서권 재건축시장도 찬바람 강남권 급등세의 영향을 받아 최근 2개월 사이 일부 단지가 5천만원까지 오른 화곡저밀도지구 역시 매도 문의 전화가 폭주하는 가운데 매도시점을 저울질하는 투자자들의 눈치싸움이 치열했다. 지난 1주일 사이 1천만원 가량 가격이 뛰어 2억7천5백만원까지 올랐던 화곡2주공아파트 13평형의 경우 6일부터 매수세가 자취를 감췄다. 이곳 우신공영 관계자는 "호가를 낮춰 매물을 내놔야 하는지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못한데다 내놔도 당장 거래가 될 리가 없기 때문에 이래저래 매도시점을 저울질하는 사람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아파트 내 상권 문제로 재건축 추진이 지진부진했던 화곡 3주구의 경우 업소별로 매물이 3∼4개씩 쏟아졌다. 3주구 소재 우신아파트 17평은 15.8평에 달하는 넓은 대지면적 때문에 2억5천만∼2억6천만원선에 거래됐으나 6일 오전부터 가격을 2천만∼3천만원씩 낮춘 급매물이 등장했다. ◆갈피 못잡고 있는 수도권 재건축아파트 투자자들 수도권의 경우 강남시장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과천 재건축시장이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부분의 투자자는 아직 관망하는 모습이지만 주말 사이에 호가가 5백만∼1천만원정도 낮아진 가격에 급매물이 업소당 3∼4개씩 나타났다. 지난 5월 이후 가격이 6천만원 정도 뛰면서 상승세를 보였던 11단지 15평형의 경우 4억2천만원대에 시세가 형성돼 있는데 지난 7일 4억1천만∼4억1천5백만원짜리 매물들이 등장했다. 심지어 사업승인 신청 단계에 접어들어 이번 조치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단지에서도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 수원 매탄동 신매탄 주공2단지의 경우 조합 설립 인가를 받은 상황이지만 시세보다 5백만원 가량 빠진 1억5천5백만원선에 급매물이 등장했다. 의왕시 내손동 소재 대우사원아파트는 아직 가격 변화가 없지만 투자자들은 불안해하고 있다고 중개업소 관계자들이 전했다. 이곳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일단 추석을 지나고 보자'는 심리가 강하다"고 설명했다. 이 아파트는 18평형이 3억2천만∼3억3천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김형호·송종현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