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데스크] 집값대책, 먼저 믿게 해야..김상철 <건설부동산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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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 5일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듯 서울 강남지역 재건축아파트 시장에 메가톤급의 직격탄을 날렸다.
소형아파트 비율을 60%이상으로 늘리고 조합원 지위 양도를 금지하는 내용이다.
정부가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보유세를 강화하고 부유세까지 신설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지 불과 일주일여 만에 전격적으로 나온 추가 조치다.
주무부처인 건설교통부가 주공격수로 나섰고 재정경제부와 국세청도 양도세 강화와 세무조사 방침을 발표하며 양익을 거들었다.
판교신도시에 교육집적단지를 건설하겠다는 재경부 차관의 언급도 있었다.
건교부와 재경부는 물론 행자부와 교육부까지 동원된 범정부 집값 잡기 전쟁이 절정으로 치닫는 형국이다.
'9·5 재건축시장 안정대책'으로 이름붙여진 이번 조치는 올 들어서만 벌써 여섯번째 나온 집값 대책의 최근본이다.
집값이 본격 상승국면에 접어든 지난해까지 포함하면 벌써 열세번째 대책.굵직굵직한 대책만 손꼽아본게 그렇다.
충청권 투기조사,강남권 세무조사,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조치 등까지 합치면 셀 수 없을 정도다.
이처럼 정부가 2년 가까이 집값 잡기에 매달려 왔지만 시장은 비웃기라도 하듯 거꾸로만 달려가고 있다.
정부가 대책을 발표할 때마다 집값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다시 오르는 계단식 상승세를 반복하고 있다.
특히 분양권 전매금지를 핵심내용으로 하는 '5·23 대책 이후에는 정부의 대책이 효과가 없다는 불신 심리까지 확산되면서 집값은 어느때보다 오히려 더욱 큰 폭으로 올랐다.
왜 그럴까.
무엇보다 정부 정책에 대한 시장의 지독한 불신을 들 수 있다.
정부 정책을 믿고 기다리면 망하고,거꾸로 가면 성공한다는 냉소적인 푸념까지 나돌 정도다.
정부 대책이 언제나 핵심을 비켜가고 있다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고 김포와 파주신도시 건설계획을 발표하자 강남권 아파트 값이 바로 다음날부터 오르기 시작한 것이 저간의 사정을 잘 보여준다.
시장에서는 "그런 대책을 내놓은 공무원들이나 그 곳에 가 살아라"는 냉소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정부가 작심하고 내놓은 이번 대책도 앞선 대책들의 전철을 되풀이하지나 않을까 걱정도 적지않다.
시장은 이번에도 대책의 허점을 찾아 이를 비집고 어떻게든 치솟을 구멍을 찾아내려 할게 분명하다.
기존 강남권 중대형 아파트들이 그 역할을 맡을 수도 있고 이미 사업승인이 난 재건축아파트들이 가격 상승을 주도할 수도 있다.
이번 대책의 실효성 여부를 놓고 전문가들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유다.
최종찬 건교부 장관은 최근 "집값은 수도권의 문제고 수도권의 문제는 교육의 문제"라고 말하기도 했다.
건교부 고위 관계자도 "작금의 집값 대란은 강남의 특수성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제사 문제의 본질에 근접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정작 당국이 해결책이랍시고 내놓는 대책들을 보면 정답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이제 더 이상은 단기적 응급처방에 매달려서는 안된다.
국민이 믿고 기다릴 수 있는 실천가능한 집값 안정 로드맵을 내놔야 한다.
그것은 강남 대체형 신도시 건설일 수도 있고 공공기관 및 주요 대학의 지방이전일 수도 있다.
그리고 정부의 로드맵을 국민들이 믿을 수 있도록 강력한 실천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많은 서민들은 강남 집값을 남의 일처럼 바라보며 기다릴 것이다.
주택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믿음만 끌어낼 수 있다면 강남의 집값은 그들만의 광풍(狂風)으로 끝나게 될 것이다.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