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더스 코리아' 열풍이 거세지고 있다.


홈쇼핑 업체가 캐나다 이민 상품으로 대박을 터뜨린데 이어 이민박람회에도 희망자들이 대거 몰렸다.


최근 이민 상품을 선보인 현대홈쇼핑 관계자는 "20대 구매자가 10%를 상회할 것이라곤 예상조차 못했다"면서 "외환위기 직후에는 40대가 주류를 이뤘으나 최근엔 교육문제, 부동산 파동, 취업난 등에 환멸을 느낀 20대 젊은층이 이민 대열에 대거 합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7일까지 이틀 동안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전시장에서 열린 '제6회 해외이주·이민박람회'에는 1만5천여명이 참관한 것으로 집계됐다.


행사를 주최한 한국전람은 "올해 봄 박람회와 비교해 관람객이 50% 이상 급증했다"고 전했다.


박람회를 찾은 사람들은 20∼30대가 주류를 이뤘다.


이번 이민박람회 기간중 1백가구 이상을 상담했다는 글로벌이주의 박순임 과장은 "70% 이상이 국내 굴지의 대기업 등에 다니는 30대 직장인이었다"고 전했다.


젊은층의 이민은 사오정(45세 정년)과 오륙도(56세 직장인은 도둑)로 대변되는 불안정한 고용구조 등 '미래의 불투명성'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한국전람 김문한 차장은 "40∼50대에 새로운 일거리를 찾느니 20∼30대에 해외에 나가 자영업을 하면서 기반을 잡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부인과 아이들을 먼저 외국에 보낸 '기러기 아빠'들도 이민 대열에 합류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람회에 참가한 모 대기업 직원은 "정부도 회사도 별 희망을 주지 못하고 있다"며 "사교육비 부담이나 특정 지역 부동산가격 폭등에 따른 박탈감 등도 이민을 부추기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탈(脫)한국 신드롬'이 화교들처럼 전 세계에 한민족 네트워크를 만들어 한국의 인지도를 높이고 영향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이민 열풍은 '남은 자들의 비애'로 확대 재생산되면서 사회의 건강성을 해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조대엽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의 이민은 교육 정치 등에서 염증을 느끼고 이탈하는 이른바 '회피적 저항'의 양상을 띠고 있다"며 "이민 열풍은 외화ㆍ인력 유출은 물론 국가 경쟁력의 상실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박기호ㆍ오상헌 기자 khpar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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