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골드만삭스 '수상한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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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는 모건 스탠리,메릴린치 등과 함께 국제 금융 시장을 주도하는 대표적인 투자은행 겸 증권회사다.
이 골드만삭스가 지난 주 국내 금융가에 두 가지 '수상한 행보'로 눈길을 끌었다.
첫째는 지난 5일 갑자기 국민은행 지분 4%를 팔아치운 것이었다.
단순한 지분매각이었다면 트집잡을 건덕지가 없다.
문제는 불과 1주일 전인 8월28일 국민은행 주식에 대해 5만6천7백원의 목표가를 제시하며 '매수의견'을 내놨다는 점이다.
골드만삭스가 자신들의 지분을 팔았던 5일에는 국민은행 주가가 매수의견을 낸 시점보다 13%나 뛴 상태였다.
또 하나 수상한 행보는 교보생명 주식매각 건이다.
골드만삭스는 캠코(KAMCO·자산관리공사)의 의뢰로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의 매각주간사를 맡아 실사를 진행중이었는데 스스로 매수하겠다고 나선 것.실사기관이 매수자로 나선 데 대해 금융계에서는 이해상충(interest conflict)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파이낸셜타임스(FT)에는 골드만삭스측이 인수가격으로 주당 4만5천원을 제시한 것으로 보도돼 가격을 후려치기 위한 '언론 플레이'라는 의혹도 사고 있다.
실사를 맡았던 기관이 이런 가격을 제시할 경우 그 이상을 제시할 다른 매수자를 찾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는 이번 건 외에도 수차례 '수상한 행보'로 주목을 받아 왔다.
올 2월에는 골드만삭스가 삼성전자 주식에 대해 매수의견을 낸 직후 무려 13만여주가 골드만삭스 창구에서 쏟아져 나와 주가가 급락했다.
지난 6월에는 진로 임직원들이 "진로의 경영자문을 하면서 빼낸 기업 비밀정보를 이용해 진로의 국내외 채권을 헐값에 사들여 막대한 이득을 챙겼다"며 골드만삭스그룹 아시아지역 책임자 등 7명을 고발하기도 했다.
아쉬운 것은 이처럼 수상한 행보가 거듭되고 있는데도 우리 금융감독당국이 골드만삭스에 대해 제대로 된 검사 한번 안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금융사에는 눈을 부릅뜨는 금융감독당국이 골드만삭스의 미심쩍은 금융거래엔 침묵을 지키고 있는 이유는 뭘까.
최철규 경제부 금융팀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