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 재건축시장 안정대책' 발표 3일째인 8일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값의 하락이 가속화되고 있다. 매물은 계속 늘고 있지만 매수세가 실종돼 거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충격의 파장은 단지별로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8일 현지 중개업계에 따르면 중소형 평형을 대폭 신축해야 하는 강남권 1 대 1 재건축단지와 서초구 반포저밀도지구는 1억원 이상 값이 폭락했다. 강남구 개포주공,강동구 둔촌주공,송파구 가락시영 등 5층짜리 저층단지들은 추가로 건설해야 하는 중소형 평형이 상대적으로 적어 가격 하락폭이 2천만∼4천만원에 머물고 있다. 이에 반해 강남권 기존 아파트와 주상복합아파트는 이번 조치와 무관해 가격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매수세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점은 이들 모든 아파트들의 공통점이다. ◆가격 하락폭 커지는 강남권 1 대 1 재건축을 선도하고 있는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호가는 최고 1억2천만원 정도 떨어졌다. 대책 발표 전 8억7천만원을 호가하던 34평형은 지난 주말 7억8천만원으로 떨어진 데 이어 8일엔 7억5천만원으로 주저앉았다. 반포저밀도지구도 은마아파트와 비슷한 낙폭을 보이고 있다. 반포주공 3단지 16평형은 5일 이전 7억5천만원을 호가하다 지난 주말 6억9천만원으로 떨어진 데 이어 이날 6억4천만원짜리 매물이 등장했다. 에덴공인 김성일 대표는 "중소형 평형을 30% 늘려야 하는 반면 반포저밀도지구 기본계획상 전체 가구수 증가는 1.4배로 제한돼 있어 용적률을 다 찾아먹기 어렵게 됐다"며 "9·5대책 하루 전만 해도 매수 대기자가 줄을 서 있었지만 지금은 매수자의 발길이 완전히 끊어졌다"고 말했다. 5층짜리 저층단지인 개포동 주공1단지 15평형은 6억7천만원에서 6억4천만원선으로 하락했다. 개포동 주공3단지도 주말에 이어 가격이 계속 빠지고 있다. 4억7천만원선까지 치솟았던 11평형이 주말에 4억5천만원선으로 떨어진 데 이어 8일에는 4억3천만원까지 속락했다. 송파구 가락동 가락시영과 강동구 둔촌주공 등의 호가도 평형별로 2천만∼3천만원 정도 떨어졌다. 강동구 고덕주공도 지난주보다 3천만∼5천만원씩 빠진 급매물이 나오고있다. 3억2천만∼3억3천만원을 호가하던 13평이 3억원에 매물이 나오고 있으며 4억원을 호가하던 13평형도 3억6천만원까지 떨어졌다. ◆강서지역도 영향권에 진입 강남에 가해진 충격의 여파가 강서권까지 빠르게 퍼지고 있다. 화곡동 제2주공 등 재건축추진 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강서구도 중개업소당 급매물이 1∼2개씩 나오고 있다. 하지만 매수세가 없어 거래는 뚝 끊긴 상태다. 급매물이 당초 예상보다는 적지만 1주일 전의 매도자 우위시장이 매수자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게 인근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화곡동 B부동산 관계자는 "가격을 1천만원 안팎으로 떨어뜨린 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며 "대부분이 추석 이후의 흐름을 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나 하락세가 대세라는 점에서는 매수자가 우위에 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상복합·일반아파트는 '요지부동' 이에 반해 도곡동 타워팰리스 등 주상복합아파트와 대치동 우성 선경 미도 등 재건축과 관계없는 일반아파트의 호가는 아직도 요지부동이다. 인근 강남공인 관계자는 "일반아파트와 분양권은 오히려 수혜를 볼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돼 호가가 종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1가구 1주택'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을 겨냥한 매물이 일부 나오고 있어 매물 부족 현상은 조금 누그러진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대부분의 강남권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매도 희망자들이 아직도 9·5대책의 파급효과가 어떻게 나타날지 예측을 못해 매물 내놓기를 망설이고 있다"며 "이번 대책의 약효는 추석 이후 일주일 가량이 지난 9월20일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근·김형호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