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4 05:50
수정2006.04.04 05:55
주인(최대주주)이 바뀌는 코스닥 등록기업이 급증하고 있다.
벤처기업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면서 자금난을 더 이상 견딜수 없게 된 기업들이 새로운 자금줄을 잡기 위해 최대주주를 찾아나서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9일 코스닥증권시장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8일까지 이뤄진 코스닥기업 최대주주 변경건수는 1백27건에 달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백4건)에 비해 22%나 증가한 것이다.
이중 최대주주가 두번 이상 바뀐 기업도 써니YNK 등 27개사나 된다.
전문가들은 최대주주 변경이 증가한다는 것은 한계 기업의 매매가 늘고 있음을 의미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증시를 통한 '인수합병(M&A)'이 이제 바닥을 치고 앞으로 활성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 최대주주 변경이 잦은 기업 =써니YNK는 올들어 최대주주가 4차례나 변경됐다.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했던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가 주식으로 전환되면서 이들 주식연계채권을 보유한 투자기관이 일시적으로 최대주주로 부상한 데 따른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존 최대주주(윤영석 외 2명) 지분율은 15.3%에서 9.1%로 떨어졌다.
시큐어소프트 바른손 한글과컴퓨터 휴먼컴 등도 주인이 세번씩이나 바뀌었다.
시큐어소프트는 대주주인 IMM창투의 지분이 6%대에 불과한 상황에서 BW 등 주식연계채권의 주식전환 청구가 잇따라 들어오면서 최대주주가 바뀐 케이스다.
바른손과 휴먼컴도 뚜렷한 대주주가 없는 상황에서 국내외 투자자들이 가세하면서 최대주주가 바뀐 업체들이다.
일간스포츠 스타맥스 한국창투 등 22개사는 올들어 최대주주가 두차례 교체됐다.
◆ '빈익빈 부익부'가 원인 =우선 인터넷 등 주요 정보기술(IT) 업종별로 선두업체와 후발업체간 실적 격차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코스닥증권시장 윤권택 공시팀장은 "휴대폰 등 경기가 좋은 업종의 선두업체는 큰폭의 실적 성장을 이어가는 것과 함께 적자업체수도 늘어나는 양상이 최근 2∼3년간 계속되면서 경영권을 포기하는 한계기업도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올 상반기 코스닥 적자기업은 2백86개사(전체의 37%)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30% 정도 늘었다.
특히 벤처기업 가운데 적자기업은 40%로 자금난이 더 심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 경영권 분쟁도 속출 =주가가 저평가됐거나 기술 경쟁력을 갖춘 기업에 대해서는 경영권 확보를 위한 지분경쟁도 나타나고 있다.
최대주주가 세번 바뀐 한글과컴퓨터가 대표적이다.
올 상반기 전자문서업체인 서울시스템이 기술 및 영업제휴를 위해 장내에서 지분을 매입, 최대주주가 된 이후 프라임산업측이 새로운 지분 경쟁자로 나서며 주가를 끌어올렸다.
삼원정밀은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점이 최대주주 변경 사유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막내동생인 조욱래씨는 투자목적으로 삼원정밀 주식 19% 이상을 사들였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삼원정밀 경영진측은 적대적 M&A 가능성에 대비, 지분 추가 확보에 나서고 있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