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의 희생자 유족들이 테러공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항공사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미국 법원의 결정이 나왔다. 법원의 이같은 판단은 테러 희생자들이 항공사 등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의미여서 9.11 테러를 둘러싼 대규모 소송사태를 야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 연방법원의 앨빈 헬러스타인 판사는 9일 9.11 희생자 70여명의 유족이 의회가 조성한 희생자 보상기금 수령을 거부하고 제기한 배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들이 소송을 진행할 타당한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소송 계속 결정을 내렸다. 그동안 원고측은 항공기를 납치당해 결과적으로 테러에 이용되도록 한 유나이티드항공, 아메리칸항공 등 항공사 2곳과 납치항공기를 제작한 보잉사, 항만당국 및세계무역센터(WTC) 빌딩 건물주 등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해 왔다. 그러나 피고측은 고도로 계획된 항공기 자살 충돌공격을 미리 예상해 막을 의무가 없는 데다 테러에 의한 희생이 자신들의 근무태만으로 야기된 게 아닌 만큼 배상책임이 없다는 주장을 펴며 소송을 기각해 달라고 요구했었다. 이에 대해 헬러스타인 판사는 테러범들이 민항기를 납치해 빌딩으로 돌진한 전례가 없더라도 항공사는 납치범들이 항공기를 장악했을때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를 충분히 예측했어야 했다고 밝혔다. 또 뉴욕 및 뉴저지주 항만당국은 승객들에게 안전한 환경을 제공하지 못한 책임이 있으며, 항공기 제작사인 보잉은 조종실에 보다 완벽한 보안장치를 설치했어야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헬러스타인 판사는 이같은 손해배상 소송을 계속 진행하는 것이 피고들로부터 더 많은 액수의 배상금을 받아 낼 수 있는 지 여부 등 법적 실익에 대해서는판단하지 않았다. 이번 결정으로 조만간 항공사와 다른 사고 책임의 주체들에 대한 소송 포기 조건으로 희생자보상기금을 신청하려던 대다수의 9.11테러 희생자 유족들이 소송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법원 관계자들은 전망했다. 유족측 변호인인 마크 몰러는 "본안 판단에 앞서 예비적 성격을 띠는 이번 결정은 항공사 등의 책임을 명시적으로 인정했다기 보다 그들의 책임을 입증하면 배상금을 받아낼 수 있다는 것"이라며 "앞으로 힘든 싸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2천275명이 소송포기를 전제로 희생자 보상기금을 신청했으나 1천700여명은 소송을 진행할 지, 보상기금을 수령할 지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그동안 희생자 보상기금에서 지급된 액수는 1인당 평균 150만달러로 알려졌다. (뉴욕 AFP AP=연합뉴스) parks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