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보다 늦여름이나 초가을에 뒤늦게 찾아오는 태풍의 위력이 더 강력하다" 제14호 태풍 매미(MAEMI)가 12일 밤과 13일 새벽 영남 지방을 할퀴며 지나가고있는 가운데 역사적으로도 늦여름이나 초가을에 찾아오는 태풍이 한여름의 태풍보다더 강력한 위력으로 막대한 피해를 남긴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9년 9월15일부터 4일 간 한반도를 강타한 사라(SARAH) 태풍이 덮쳤을 때에는 849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으며 재산피해액은 2천400여억원에 달했다. 사라는37만3천459명의 이재민까지 만들어 지금까지 사상 최악의 태풍으로 남아있다. 지난해 8월31일 전남 고흥으로 상륙해 아직도 그 피해가 완전히 복구되지 않은태풍 루사(RUSA)는 정부 집계로 사망 236명, 실종 34명 등 270명의 인명피해를 기록했고 재산피해는 6조1천152억 원으로 사상 최고였다. 지난 95년 8월25∼27일에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재니스(JANIS)는 서해안으로 상륙해 중부지방을 관통하면서 사망.실종 등 인명 피해 65명, 재산피해 5천484억여원을 기록했다. 2000년 사망 28명에 2천521억 원의 피해가 발생한 '프라피룬(PRAPIROON)'도 8월28일∼9월1일 영향을 미쳤다. 지난 98년 9월말과 10월초까지 지속된 '예니'도 빼놓을 수 없는 '가을태풍'의전형. 당시 포항에는 웬만한 지역의 연중 강수량과 맞먹는 516.4㎜라는 기록적인 폭우가 하루만에 쏟아졌다. 또 사망.실종자 517명과 139명이 발생한 지난 25년 이름없는 태풍, 81년의 '아그네스' 태풍도 모두 그해 9월 초반에 발생했다. 물론 25년 중부지역을 강타한 이름없는 태풍은 그해 7월 집중호우에 따른 인명피해까지 합친 수치여서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역시 '초강'급이었다는 게 기상 청의 설명이다. 지금까지 최다 인명피해를 낸 태풍은 지난 36년 8월26∼28일의 '3693'호로 1천232명의 사망.실종자를 냈고 부상자도 1천646명을 기록했다. 지금도 기억이 생생한 87년 7월15∼16일의 '셀마(THELMA)'는 178명 사망.실종과부상 138명을 기록했고 84년 '준'은 189명의 인명피해를 냈다. '루사' 이전까지 재산피해 1위는 99년 장마철에 내습한 '올가'로 모두 1조704억원의 재산피해를 냈다. 태풍피해 집계가 시작된 것은 지난 1904년. 기상청에 따르면 태풍은 매년 평균 30개 가량 발생하지만, 우리나라에 간접 적으로라도 영향을 미쳐 비를 뿌린 것은 1904년 이래 지난 2001년까지 모두 301개로,연 평균 3.1개 꼴이다. 월별로는 8월이 가장 많은 112개로 연평균 1.2개이며, 다음으로 7월 86개(연평균 0.9개), 9월 77개(0.8개), 6월 17개 등의 순으로, 전체의 91% 가량이 7∼9월 사이 우리 나라에 영향을 미쳤다. 뒤늦게 찾아오는 태풍의 피해가 더 큰 이유는 역시 수확기를 앞둔 농작물 피해가 컸기 때문. 올들어서도 이미 지난달 내내 비가 그치지 않고 내려 농민들을 괴롭힌 데다 수확기를 앞두고 다시 태풍 매미가 휩쓸고 지나가 농산물 피해가 극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 관계자는 "여름 태풍과 달리 가을태풍은 내륙으로 접근하면서 보통 그때쯤 우리 나라 북쪽에 위치하게 마련인 차가운 기단과 만나 비를 많이 뿌리는 게 특징"이라며 "따라서 일단 우리 나라에 직접 영향을 미치면 그 위력은 여름태풍 못지않게 크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충원기자 chung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