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히 일본 고베항 꼴 났습니다" 태풍 매미가 할퀴고 간 13일 오전 부산항 신감만부두와 허치슨부두(자성대부두)는 완전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모습이었으며 직원들은 복구는 엄두도 못낸 채 한숨만쉬고 있었다. 월 평균 20피트 컨테이너 7만개를 처리해 온 신감만부두는 배에서 컨테이너를싣고 내리는 겐트리크레인 7기 중 6기가 간밤 태풍에 따른 강풍으로 완전히 넘어져종이짝처럼 구겨져 있었다. 지난해 문을 연 신감만부두는 개장 초부터 의욕적인 항만세일즈를 통해 부두 인지도를 높여가며 점차 부산항 컨테이너전용부두의 하나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던 중이번 피해로 수개월간 사실상 부두 운영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신감만부두의 이같은 큰 피해는 부두 길이가 상대적으로 짧은 탓에 겐트리크레인간 간격이 좁아 초속 40m가 넘는 강풍에 1기의 크레인이 넘어지면서 옆에 서 있던크레인까지 잇따라 넘어져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허치슨부두도 전체 12개 겐트리크레인 가운데 2기가 넘어져 완전히 파손됐으며3대는 궤도를 이탈했거나 크레인 지지대가 뽑혀져 본체가 틀어지는 등 피해를 입었다. 허치슨 부두의 크레인 사고는 강풍에 지지대가 뽑힌 22호기가 800여m를 밀려나가 부두 왼쪽에 서 있던 크레인을 들이받으면서 2대가 함께 넘어졌고 그 여파로 또다른 크레인이 궤도를 이탈하면서 일어났다. 또 이들 터미널내 부두 야적장 곳곳에 쌓아 둔 빈 컨테이너 수십개가 강풍에 날아가 야적장 곳곳에 널부러져 이날 오전까지 화물처리는 아예 엄두도 내지 못하고있다. 파손된 겐트리크레인의 경우 대당 무게가 수백t에 달해 철거를 위해서는 일일이용접기로 끊어낸 뒤 고철을 들어낼 수 밖에 없어 철거기간만도 상당기일 걸릴 전망이다. 특히 부두 정상화를 위해 신규 크레인을 설치하더라도 겐트리크레인 특성상 발주와 함께 제작에 들어갈 수 밖에 없어 신규 크레인 제작기간만도 열달 이상 걸릴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부산지방해양수산청과 각 컨테이너부두 운영사 관계자 등은 이날 오전 태풍피해에 대한 대책회의를 가졌으나 뾰족한 결론을 찾지 못했다. 부산해양청 등은 신규 크레인 확보를 위해 중국의 크레인전문업체인 JMPC사에여유분 확보여부를 긴급 문의하는 한편 전 세계 각국에 중고 겐트리크레인을 긴급수배하고 있으나 성사여부는 불투명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이번 사고로 부산항 물동량 처리는 파손된 크레인 복구가 완료되는수개월간 최소 10%에서 20%까지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결국 두번에 걸친 화물연대 파업으로 항만 신뢰도가 크게 추락한 부산항은 채수습도 하기전 태풍이라는 예상치 않은 재해로 3류항으로 전락할 최대의 위기를 맞게 됐다. 허치슨 부두 관계자는 "대지진이라는 천재지변으로 3류항으로 전락한 일본 고베항의 이야기가 이젠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라며 "잇따른 화물파업에 이어 이번 태풍피해로 부산항은 마무리 펀치까지 맞은 꼴이 됐다"고 한탄했다. (부산=연합뉴스) 김상현 기자 josep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