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매미'가 산업시설이 집중돼 있는 동남부지방을 관통하면서 정전과 침수로 주요 공장의 가동이 중단되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석유화학 정유 등 한 번 가동이 중단되면 복구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장치산업에 피해가 집중돼 재가동에 들어가기까지 피해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계도 건조 중이던 배가 유실되는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업계는 피해 복구에 전력을 쏟고 있으나 전력 공급이 마비돼 복구 작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직접 피해는 곧 복구할 수 있다지만 도로파손 철도유실 항만파괴 등 사회간접시설의 피해로 인한 원부자재 조달과 판매 수출 등 '후폭풍' 피해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정유=울산지역 최대 사업장인 SK㈜의 경우 2개 중질유 분해시설과 4개 원유정제시설 등 모두 6개 공장의 가동이 중단돼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SK㈜는 긴급복구를 추진 중이나 오는 16일이나 돼야 정상적인 제품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3개 정유시설 등 모든 공장이 멈춰 서는 최악의 사태를 맞았다. 에쓰오일은 재가동에 나서 14일부터 제품생산에 나설 예정이나 완전복구에는 일주일 이상 걸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석유화학=여수공단 내 LG석유화학이 정전사태로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가 13일부터 일부 공장을 중심으로 재가동에 나섰다. LG석유화학은 빨라야 14일 공장가동을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수공단에서는 또 금호석유화학 금호미쓰이화학 등 5개 업체가 공장을 가동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금호미쓰이화학은 13일 정전사태는 복구됐으나 함께 정전피해를 당한 협력업체 에어리드코리아로부터 원료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어 공장을 돌릴 수 없는 실정이다. 금호 계열사들은 완전 정상화되기까지는 빨라야 2∼3일은 걸릴 것으로 보고 있으며 공장가동 중단에 따른 피해액도 수십억원에 달할 것으로 집계했다. 대한유화는 울산공장이 5∼6시간 가동을 중단했다. ◆조선=현대중공업에서 건조 중이던 20만t급 FPSO(부유식 원유 생산 저장설비)가 강풍에 2백여m 떠내려가 인근 현대미포조선에서 건조 중이던 3만7천DWT급 PC선과 부딪쳤다. 현대미포조선은 이 배를 다음달 15일 선주사에 인도해야 하는 상황이나 선박이 대파돼 최악의 경우 배를 다시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현대중공업의 FPSO도 올해 말 앙골라로 출발할 예정이었다. 양사는 보험에 들어 있어 직접적인 피해는 보지 않는다고 밝혔으나 선박 및 해상구조물 건조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는 초속 40m 이상의 강풍이 불면서 크레인이 파손되고 일부 선박이 손상을 입는 피해를 봤다. 신아조선은 건조작업 중이던 3만7천t급 화물선이 강풍으로 유실되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특히 거제 지역은 철탑 2기가 절단되면서 일부 지역의 단전상태가 지속돼 업체들의 피해복구 작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 진해지역의 STX조선도 도크침수와 작업장 파손 등의 피해를 입었다. 이 지역도 전력공급이 중단돼 도크의 물을 빼내기 위한 모터가동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계=태풍 상륙지역과 인접해 있던 창원지역 기계업체들도 적지 않은 피해를 입었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강풍으로 인한 공장 시설 파괴와 침수 등의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다. 게다가 창원지역에서도 송전철탑 4기가 손상되면서 송배전망이 마비,두산중공업과 볼보건설기계코리아 통일중공업 등 대표적인 기계 중공업체의 복구작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 ◆섬유=태광산업은 울산공장의 조업이 일시 중단됐다. 태광산업은 13일 설비 재가동에 나서 나일론 폴리에스터 설비는 복구를 완료했으나 스판덱스 생산은 14일께나 가동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효성 울산공장도 일시 가동중단됐다. ◆철강=포스코는 물론 INI스틸 동국제강 등 전기로업체들도 생산시설에 대한 직접적인 피해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 관계자는 그러나 "도로파손 등으로 인한 제품배송 차질 등 물류망 손상에 따른 지역내 철강업체들의 간접피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자동차=GM대우차 창원공장의 경우 공장내 유리창이 깨지고 나무가 뽑히면서 하치장에 세워뒀던 차량 1천대 중 일부분이 손상되는 피해를 입었다. 정태웅·이심기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