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속 42.7m의 강풍을 몰고온 태풍 `매미'가 휩쓸고 간 부산은 시내 전역이 온통 폭격을 맞은 듯 건물 유리창이 박살나고 전주와 신호등, 가로등, 가로수가 뽑혀 나뒹굴고 있는가 하면 정전에다 수돗물 공급마저 끊겨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처참한 모습이다. ○...북구 금곡동 두산주공아파트 신축 공사장에는 40m 높이의 대형 크레인이엿가락처럼 휘어 금방이라도 도로와 인근 아파트를 덮칠 듯 위험천만한 모습을 하고있다. 이 아파트를 비롯해 금곡동과 화명동 일대 공사장마다 안전 펜스가 무너졌고 안전망은 걸레처럼 갈기갈기 찢어져 바람에 날리고 있다. 화명동 골프연습장의 그물은 누더기처럼 찢어져 나부끼고 있고 북구 덕천동 주변의 신호대도 엿가락처럼 휘는 등 부산시내 1천400여기의 신호대 대부분이 고장나경찰관들이 수신호로 차량을 통행시키고 있다. ○...북구 화명동 구민운동장 진입로에는 10여대의 차량이 물에 잠겼고 차주인들은 물에 들어가지도 못한 채 발만 동동굴렀다. 덕천로터리 주변에 주차된 10여대의 차량은 강풍에 날려온 간판이나 나무 등에맞아 유리창 등이 심하게 파손됐고 영도구 남항동과 서구 충무동.송도 등 해안가 도로마다 주차해둔 차량들이 무너진 담벼락에 파손되거나 침수됐다. ○...북구 화명동 신시가지 아파트마다 13일 오전에도 정전사태가 이어져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또 중계기 고장으로 휴대전화마저 불통돼 긴급한 연락을 하지 못해 주민들의 불편을 가중시켰다. ○...낙동강은 상류지역 댐에서 방류한 물로 수위가 높아져 양쪽 둔치를 모두집어삼켰으며 누런 황톳물이 빠른 속도로 남아있는 둔치 비닐하우스를 삼키고 있다. 둔치 수십㏊의 농경지가 물에 잠겨 황톳물 사이로 보일 듯 말 듯한 비닐하우스의 지붕만이 그 곳이 농경지였음을 말해주고 있다. 강서구 대저동에도 비닐하우스가 갈기갈기 찢어졌으며 논들은 대부분 물에 잠겼고 잠기지 않은 논들도 벼들이 넘어지는 피해를 입었으나 농민들은 워낙 피해가 심한데다 일손마저 모자라 아직 복구작업은 손도 못대고 있다. 특히 만조때 태풍이 밀어닥치는 바람에 해일로 인해 강서구 명지.녹산.신호동에서만 425가구가 침수피해를 입었고 농경지 244㏊가 물에 잠겼다. ○...해운대의 명물 중 하나인 대형 여객선을 개조한 해상관광호텔 `페리스 플로텔'도 해일에 육상 선착장으로 떼밀려 올라와 45도 가량 기운 채 좌초돼 을씨년스런 모습을 하고 있다. 12일 오후까지 영업을 했던 페리스 플로텔은 부산지역이 태풍 영향권에 접어들자 손님들을 대피시킨 뒤 직원들만 남아 배에 들어 온 물을 퍼내는 등 안간힘을 썼으나 집채보다 큰 파도와 함께 밀어닥친 해일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고 안타까워 했다. 주로 강을 다니던 배로 꾸민 페리스플로텔은 바닥이 넓어 바닷배와 달리 닻을설치하지 않고 밧줄로만 선박을 지지하고 있었으나 이번 해일에는 속수무책으로 배가 들리면서 넘어졌다. ○...올 여름 해운대 피서객들을 사로잡았던 지하 수족관 아쿠아리움도 이번 태풍의 피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12일 오후 9시께부터 높은 파도와 함께 발생한 해일이 백사장 뒤쪽에 위치한 아쿠아리움을 집어삼켜 지하 수족관이 한 때 바닷물 속에 잠기는 `진짜 수족관'이 되기도 했다. 또 태풍 피해로 전기가 나가면서 복어 전시회를 위해 임시 수족관에 보관해 둔어류 일부가 폐사되는 피해를 입었으며 지하층도 밀려온 바닷물에 침수되면서 바닥에 깔아놓은 카펫이 완전 훼손돼 1주일가량의 복구 기간은 영업을 못하게 됐다. ○...광안리와 해운대 일대 해안도로에 세워 둔 각종 차량들은 이번 태풍으로인한 해일로 대부분 파손되는 피해를 입었다. 간밤 높은 파도와 해일이 넘나들었던 수영만요트경기장 주변 해안도로는 바닷물이 해안도로까지 모조리 집어삼켜 주차해 둔 차량 수십여대가 각종 부유물에 부딪치고 서로 떠다니면서 충돌했다. 또 해안도로가에 위치한 한화콘도와 한국콘도 등 대형 숙박업소들도 해일로 1층유리창이 박살나고 지하층에 바닷물이 밀려들면서 침수돼 사실상 영업이 중단된 상태. ○...부산 남항에서는 영도경찰서 뒤쪽 물양장에 정박해있던 소형 선박 15척의닻줄이 끊기거나 고정해놓은 밧줄이 풀리면서 표류하다 영도대교 교각의 상판을 들이받아 영도대교 난간 10m가량이 파손됐다. 이들 선박은 마구 뒤엉킨 채 교각 등에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어 언제 떠내려갈지 몰라 선주와 선원들은 다리 위에서 손을 쓰지도 못한 채 안타깝게 발만 동동 굴러야 했다. 이로 인해 영도대교의 차량통행이 12일 오후 11시께부터 전면금지됐으나 전문가의 진단결과 당장 붕괴우려는 없는 것으로 판명됐다. ○...순간최대 풍속 40m가 넘는 엄청난 강풍에 부산시내 전역에서 고층 아파트들의 베란다 대형 유리창이 마치 폭격을 당한 듯 부서졌다. 영도구 남항동 반도보라 아파트와 동삼동 일신아파트의 경우 전체 가구의 3분의1 가량이 베란다 섀시 유리창이 부서졌고 북구 화명동 신시가지와 남구 남천동 등에서도 아파트 단지마다 수십가구씩 베란다 유리창이 부서져 바닥에 흩어져 있다. 이밖에 금곡동 화명리버빌과 화명동 롯데낙천대 등 아파트단지에서는 강풍에 파손된 유리의 파편이 여기저기 널려져 있고 일부 고층에서는 유리조각이나 화분조각까지 떨어지고 있어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정전으로 인해 수돗물 공급이 장시간 끊기면서 고지대인 중구 영주동 일대아파트와 단독주택 주민들은 물이 없어 아침밥을 걸러거나 드문드문 문을 연 편의점에서 먹는 샘물을 사서 밥을 지어 먹었다. 또 수영구 남천동 등 상당수 아파트의 주민들은 13일 오전까지도 수돗물이 나오지 않아 세수할 물 조차 없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집부근 대중목욕탕을 찾아 몸을씻어야 했다. (부산=연합뉴스) 이영희.김상현.박창수 기자 joseph@yna.co.kr swiri@yna.co.kr lyh9502@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