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화의 지층' 시리즈를 10년 이상 지속해 온 서양화가 이인현씨(47·한성대 교수)가 오는 17일부터 서울 관훈동 노화랑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회화의 지층' 시리즈는 두터운 캔버스에 짙은 푸른색이 우러나는 전형적인 미니멀 회화다. 여느 미니멀 작품과 달리 이씨의 작품은 '측면에서 바라본 그림'을 강조하고 있다. 작가는 미술사를 '정면(正面)의 역사'로 규정하고 '측면 바라보기'야말로 표층과 심층,내부와 외부의 이분법적인 갈등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회화의 지층'은 측면의 캔버스 두께가 10cm 이상이다. 정면뿐 아니라 측면도 작품으로 연결된다. 직육면체 혹은 정육면체로 만들어진 틀에 캔버스를 씌우고 묽은 유채기법을 사용,동양화의 발묵(潑墨)을 연상시키는 물감의 번짐이나 점의 형상들이 드러난다. 이전 작품들이 물감의 번짐,물의 퍼짐을 강조했다면 이번 신작들은 우연의 효과를 극대화했다. 푸른색을 머금은 천으로 둘러싼 긴 막대를 캔버스 위에 일정한 속도로 스쳐 지나게 하는 방식으로 제작됐다. 이렇게 만들어진 화면은 어떠한 의도나 통제가 끼어들 틈이 없다. 캔버스의 미묘한 요철과 손의 떨림이 고스란히 전달되어 캔버스에 흔적으로 남는다. 그의 신작은 여전히 철학적 성찰을 요구하면서 평면 회화의 깊은 멋을 간직하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30일까지.(02)732-3558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