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형규의 '월요경제'] 세 번 놀라게 한 상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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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상하이를 1년반 만에 다시 돌아봤다.
작년 방문때 마천루로 덮인 푸둥지구와 세계 세 번째로 높다는 동방명주탑(4백68m)에 놀라고도 이번에 세 번 더 놀라야 했다.
먼저 상하이 국제공항에서 푸둥지구까지 뻗은 자기부상열차에 놀랐다.
오는 20일 개통되면 시속 4백30㎞로 푸둥까지(30㎞) 불과 7분30초면 닿는다.
두 번째는 바다 위 무려 32㎞를 다리를 놓아 건설 중인 양산 심수(深水)항.양쯔강 토사로 수심이 얕은 기존 상하이항을 대신해 2005년 개항하면 동북아 물류의 블랙홀이 될 전망이다.
부산항 광양항은 앞으로 중국특수 기대는 접어야 할 것 같다.
세 번째 놀란 것은 정보화 속도.노트북 PC를 호텔방 LAN에 연결하니 곧바로 국내 인터넷에 접속됐다.
번잡하게 IP주소나 프로토콜을 바꿀 필요도 없었다.
이렇게 세 번 놀란 것도 알고 보니 상하이시의 야심찬 장기발전 비전인 '3항2망'(푸둥공항 양산심수항 정보항 및 고속도로망 철도망)의 결과물이다.
상하이는 이를 통해 아·태지역의 경제 무역 금융 물류의 4대 중심을 구상 중이다.
마음이 더욱 무거워진 것은 이달부터 주력 제품의 하나인 2백56메가 DDR램 생산에 들어간 삼성전자 쑤저우(蘇州) 반도체공장에서였다.
"고부가제품도 대량 생산은 중국으로 올 수밖에 없습니다.
시장이 바로 여기에 있기 때문입니다."(장형옥 쑤저우법인장)
주요 부품을 공급하는 삼성테크윈 제일모직 미경사 등도 관련 라인의 중국 이전을 심각하게 고려 중이란다.
"그러면 한국에는 무엇이 남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그의 대답이 지금도 귓전에 울린다.
"그건 한국에서 고민해야죠."
공교롭게도 상하이 자기부상열차 개통일(20일)에 국내에선 제조업 공동화대책을 논의한다.
범정부 회의도 아니고 그나마 관심을 끌기 어려운 토요일 오전에 열린다.
정부가 제조업 공동화를 염려하는 수준이 엿보인다.
물론 중국에도 약점은 있다.
너무 빠른 하드웨어 발전속도에 소프트웨어가 따르지 못해 곳곳에서 균열위험이 있다.
또 한국의 반도체 휴대폰 조선의 경쟁력을 중국인들은 진심으로 부러워한다.
하지만 토지보상 시비도,노사분규도,질질 끄는 공무원도 없는 이웃 나라가 정말 두렵다.
여름 내내 갈등과 투쟁으로 점철된 끝에 태풍마저 휩쓴 산업현장을 보며 한없이 무거워지는 마음을 둘 곳이 없다.
이제라도 우리는 '머리에서 가슴까지'라는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를 달려야 한다.
경제부 차장
ohk@hankyung.com